전직 대통령 틀깬 '제작자' 오바마, 왕성한 대중문화 활동

입력 2019-09-05 01:30
전직 대통령 틀깬 '제작자' 오바마, 왕성한 대중문화 활동

콘텐츠 제작사 설립 후 첫 다큐멘터리 넷플릭스로 방영

팟캐스트 시리즈 제작도 계약…내년엔 회고록 출간 예정

"어떤 전직 대통령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영향력 행사" 평가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 후 콘텐츠 제작 활동에 나서는 등 대중문화와의 접목을 통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퇴임하면 대부분 책을 집필하거나 연설을 하고 서재에 파묻혀 사는 것이 일반적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함께 콘텐츠 제작사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을 설립해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했다.

하이어 그라운드가 만든 '미국 공장'(American Facory)은 올초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받은 데 이어 지난달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으로 방영됐다.

미국 공장은 중국 억만장자 사업가가 오하이오주에 유리공장을 설립해 운영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미국과 중국 노동자의 문화적 충돌, 이를 융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등이 사실감 있게 담겨 있다.

일부에서는 미중 노동자가 이질적 문화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무역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국과 대결구도를 형성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는 4일(현지시간) 이 작품이 내년 아카데미상 후보로 오를 수 있고 수상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고 호평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넷플릭스와 오리지널 TV쇼, 영화, 다큐멘터리 제작을 돕기 위한 폭넓은 계약을 한 상태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각료 임명 과정을 다룬 마이클 루이스의 책 '5번째 위험'을 각색한 작품, 1800년대 사회개혁자였던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전기 영화, 전후 뉴욕 패션계에 관한 드라마 시리즈 등이 포함돼 있다고 쿼츠는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하이그라운드 프로덕션을 통해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 시리즈를 제작하는 계약을 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이 팟캐스트가 "생산적인 대화를 육성하고 사람들이 미소 짓거나 생각하도록 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저서도 집필 중이다. 오바마 부부는 내년 출간을 목표로 대통령 회고록을 6천만달러에 계약한 상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책을 훨씬 뛰어넘는다면서 지난달 소셜 미디어 계정에 여름 독서 목록과 음악청취 리스트를 올려 큰 관심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볼링 그린 주립대의 제러미 월러크 대중문화학 교수는 더힐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어떤 전직 대통령도 하지 않은 방식으로 영향력 행사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분명히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문화적 취향을 공유하려는 데에는 계산적 요소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온 이유는 그의 이미지를 그리 조작할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사학자인 테비 트로이는 젊은층과 노년층에 대한 영향력을 가진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선 대중문화 속에 머무는 것이 좋은 정치이자 사업이라며 "청중이 많아질수록 대통령직 이후 경력이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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