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뼛조각…5년 전 실종 태국 시민운동가로 확인

입력 2019-09-04 11:28
불탄 뼛조각…5년 전 실종 태국 시민운동가로 확인

카렌족 강제이주 저지 소송 이끌어…드럼통도 발견돼 고문 살해 의혹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5년 여전 태국에서 실종된 카렌족 시민운동가가 살해된 뒤 불탄 유골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고문 등에 의한 사망 의혹이 커지고 있다.

4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특별수사국(DSI)은 지난 5월 깽끄라찬 국립공원 내 저수지 바닥에서 발견된 유골이 2014년 실종된 소수민족 카렌족 시민운동가 뽀라치 락총차런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뽀라치는 국립공원 측이 공원 내 카렌족을 강제 이주시키기 위해 가옥에 불을 지르는 등의 조처를 하자 이에 맞서는 소송을 이끌었다.

당시 30세였던 뽀라치는 이 과정에서 2014년 4월 17일 국립공원 관계자들에 의해 구금된 것이 목격된 이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그는 부인과 다섯 아이를 두고 있다.

사건 당시 국립공원 이사장이었던 차이왓 림리끼딱손은 뽀라치가 불법적으로 야생 꿀을 채집했다는 이유로 체포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고 조치와 함께 석방했다고 주장해왔다.

DSI는 올해 4월 공원 내 저수지에 가라앉아있던 200ℓ 석유 드럼통을 발견한데 이어 그 근처에서 뽀라치 어머니의 DNA와 일치하는 뼛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DSI는 드럼통과 뼛조각 모두 불에 탄 상태였다면서, 이후 추가로 더 많은 뼛조각이 근처에서 발견돼 현재 분석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빠이싯 왕무앙 DSI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법의학 분석 결과로 뽀라치 사망이 확인됐다"면서 "신체 일부를 발견한 것은 경찰이 살인사건을 접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빠이싯 국장은 이어 "우리는 이 살인 사건이 고문 또는 다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추가 증거를 수사하고 수집 중"이라고 덧붙였다.



뽀라치 실종 사건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이 1980년대 이후 태국 내에서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활동가들의 실종 사건이라고 규정한 82건 중 하나다.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30일 '국제 실종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 실종 사건 중 한 건도 해결되지 않았고,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DSI는 애초 뽀라치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를 거부했었지만, 지난해 6월 돌연 태도를 바꿔 수사 방침을 밝혔고 올 4월 뽀라치가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 대한 수색을 시작한 뒤 음파탐지 시스템 등 첨단 기기를 동원해 5월에 저수지에서 석유 드럼통을 발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소수민족 권리 옹호 단체로 이 사건을 추적해 온 이문화재단의 뽄펜 콩까촌끼엣 사무총장은 "차이왓 당시 이사장은 용의자였지만 살인에 대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정부는 그를 용의자로 다루지 않았다"며 "이제 범죄 증거가 있는 만큼,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차이왓 이사장을 소환해 진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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