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전직 미 대사들 "성급한 미군 철수 본격 내전 위험"

입력 2019-09-04 11:34
아프간 전직 미 대사들 "성급한 미군 철수 본격 내전 위험"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미군 5천명 철수 등 탈레반과의 평화협상 초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아프간 주재 전직 미국 대사들이 미군이 아프간으로부터 성급하게 철수할 경우 아프간이 다시금 전면 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9/11 테러와 뒤이은 아프간으로부터 탈레반 정권 축출 후 현지 미국 대사를 지낸 9명의 전직 대사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아프간에 실질적인 평화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군이 성급하게 철수할 경우 아프간에 다시금 내전이 본격화하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무부 부(副)장관과 초대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존 네그로폰테 등 전직 대사들은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을 통해 공표한 서한에서 자신들은 아프간 평화협상을 지지하나 현재 미국의 협상 방식은 아프간 정부를 논의에서 배제하고 전면적인 평화협정이 마련되기 전 미군 철수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간에 폭력과 불안을 보다 확대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아프간 정부에 대한 지지를 갑자기 축소해서는 안 되며 미국의 안보와 여성 지지 등 가치 보존을 위해서는 (아프간으로부터) 미군의 전면 철수는 진정한 평화가 마련된 후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정부에 대한 지지를 갑자기 축소할 경우 그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고 민주주의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아울러 오는 28일로 예정된 아프간 대통령 선거를 평화협상 진전 여부와 관계없이 계획대로 치를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아프간 국민이 자신들의 정부와 평화협상 대표를 선정할 자격이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선거를 당초 계획대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한에는 탈레반 정권 축출 이후 아프간 미 대사를 지낸 인사 가운데 현직 대사 등 4명의 대사가 불참했으며 이 중에는 탈레반과 협상을 주도한 잘메이 할릴자드 평화협상 특사도 포함돼 있다.

할릴자드 특사는 1년간의 협상 끝에 탈레반과 미군 철수를 내용으로 한 협정 초안에 합의했으나 아프간 정부 관리들은 협상에서 배제된 채 협정 초안만이 이번 주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에 제시됐다.

전직 대사들은 그러나 탈레반 측의 요구에 따라 아프간 정부 관리들을 협상에서 배제한 것은 현명치 못한 것으로 아프간 정부를 손상하고 있다면서 합법적인 아프간 정부를 약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또 협정 초안은 미군 철수 후 아프간 통치 방식을 규정하지 않고 있어 본격 내전으로 확대될 구실을 제공할 수 있다고 비판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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