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에 日제소 우위 지키려면 '백색국가 맞제외' 재고해야"

입력 2019-09-03 12:12
수정 2019-09-03 13:52
"WTO에 日제소 우위 지키려면 '백색국가 맞제외' 재고해야"

송기호 변호사 "WTO, 보복조치로 판단할 위험…中企 수출에도 부정적"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한국의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조치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앞두고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기됐다.

국제통상법 전문가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인 송기호 변호사(전 민변 국제통상위원장)는 3일 "일본 수출규제를 WTO에 제소하는데 있어 우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를 재고해달라는 의견서를 1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일본이 지난달 28일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데 이어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맞제외할 경우 국내적으로는 중소기업 수출에, 국제적으로는 WTO 제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의견서에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입법예고 조치는 리스트 품목 수출 규제외에도 품목 전반에 대한 캐치올 규제도 강화하는 것"이라며 "수출 감소와 성장률 하락세 상황에서 중소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중소기업에 다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면서 "현재 한국 중소기업은 (포괄수출허가 대상인) 자율준수기업(CP) 인증이 거의 없어 개별허가 규제라는 큰 장애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 305억 달러는 일본의 전체 수입 7천500억달러의 4%선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일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석유제품(52억1천만달러), 철강(21억3천만달러), 반도체(12억4천만달러), 정밀화학원료(12억달러) 등의 순이다.

의견서는 이에 따라 백색국가 제외시 금속, 전기전자부품 등 중소기업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견서는 또 "한국이 일본을 지금 시기에 백색국가에서 맞제외할 경우 WTO에서는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보복조치로 판단될 위험이 있고, WTO 제소에서 한국 우위와 승소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WTO 협정은 세이프가드 협정 8조에서 정한 대응조치를 제외하고는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이 WTO 제소 범위에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빼고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핵심소재 수출규제 만을 넣어 문제삼을 경우 일본이 특정 품목에 대한 포괄허가나 개별허가 여부는 정부 재량권 범위에 있는 행위라고 반론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송 변호사는 "일본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는 중소기업과 수출, WTO 제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시행을 연기하고 도입 여부를 추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맞대응은 국익에 맞지 않는 만큼 행정절차법의 공청회 개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일본을 한국의 백색국가인 '가' 지역에서 제외하고 신설되는 '가의2' 지역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이날까지 법제처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받고 있다.

산업부는 송 변호사의 공청회 개최 주장에 대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는 고시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공청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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