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사 "탈레반과 평화협정 초안 합의…미군 5천명 철수"(종합)
9차례 협상 끝 타결…아프간 대통령 동의·트럼프 대통령 승인받아야
"휴전은 아프간인끼리 협상"…새 정권 수립·미군 전력 공백·IS 득세 등은 난제
(워싱턴·뉴델리=연합뉴스) 류지복 김영현 특파원 =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평화협상 관련 미국 특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이 아프간에서 135일 이내에 약 5천명의 병력을 철수하고 5개의 기지를 폐쇄하는 내용이 포함된 평화협정 초안을 탈레반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9차 평화협상을 마친 할릴자드 특사는 이날 아프간 현지 톨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수개월 간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며, 서명하기 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인터뷰가 방송되는 동안 수 킬로미터 떨어진 수도 카불에서 대형 폭발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아프간의 평화까지 가야 할 거리를 보여줬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원칙적으로 우리는 거기(합의)에 도달했다"며 "문서는 끝냈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대신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무장단체가 미국이나 그 동맹에 대한 공격을 모의하는 데 아프간이 이용되지 않도록 약속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이 협정의 목표는 종전이 아니며, 공식적인 휴전협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 협정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등 아프간인들끼리 협상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할릴자드 특사는 현재 1만4천명 규모인 미군이 1단계로 철수한 후에 잔류군이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지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탈레반은 모든 외국 군대가 떠나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주둔 미군을) 8천600명으로 줄일 것"이라며 "그러고 나서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따라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협정 초안에 관해 할릴자드 특사로부터 브리핑을 받았으며, 상세한 내용을 살핀 뒤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향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이 마련될 예정이라 이번 협정이 효력을 얻으려면 가니 대통령 등 아프간 정부 측의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할릴자드 특사는 노르웨이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아프간 내부 협상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더 광범위한 정치적 해결에 도달하고 전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노르웨이 협상을 위해 15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구성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48시간 이내에 아프간 정부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할릴자드 특사는 협정 서명 전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이번 주 카불에서 다수의 아프간 지도자들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탈레반은 현 정부를 불법적인 꼭두각시 정권으로 간주하며 직접 협상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향후 협상의 세부적인 내용은 불명확하게 남아 있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할릴자드 특사가 카불을 찾아 가니 대통령에게 평화협정에 대한 브리핑을 한 이후 몇 시간 만에 수도 카불에서 대형 폭발로 인해 최소 5명의 민간이 사망하고 50명 정도가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자살폭탄과 총격을 합친 공격이 이뤄졌다"며 탈레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를 자행한 오사마 빈 라덴 등을 보호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침공을 받아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탈레반은 세력 회복에 성공, 현재 아프간 전 국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가장 오래 끈 전쟁인 아프간전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할릴자드 특사는 탈레반과 9차에 걸친 평화협정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다만, 양측이 이번에 평화협정 초안에는 합의했지만, 아직 난관이 수두룩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직접 대화 추진 및 여러 세력을 아우른 새 정권 수립, 세부 철군 시기와 방법, 미군 철수 후 전력 공백 우려, 탈레반 복귀 후 여성 인권 재탄압 가능성, 현지 IS 세력 확장 등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8일 열릴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서도 가니 대통령은 강행 의지를 보이지만, 탈레반은 강력하게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아프간 정부와 미국 국가안보 관계자 사이에서는 미군 철수로 아프간이 새로운 내전 상태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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