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비상' 와중에…트럼프, 어김없는 휴일 골프

입력 2019-09-03 05:30
수정 2019-09-03 06:12
초강력 허리케인 '비상' 와중에…트럼프, 어김없는 휴일 골프

'재난대비' 이유 폴란드 방문 취소해놓고 잇따라 골프장행…'폭풍 트윗'도

논란 일자 백악관 "골프장서도 매시간 도리안 상황 보고 받아" 해명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의 '위협'에 연방정부가 총력대비체제에 돌입한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휴일 골프'를 즐겼다.

도리안이 카리브해 바하마를 강타한데 이어 3일부터는 미국 남동부 해안이 영향권에 들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다. 최고등급인 기존 5등급에서 4등급으로 세력이 다소 약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매우 위험하다"는 기상 예보 속에 미국은 초비상에 걸린 상태이다.

CNN은 '트럼프,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을 위협하는 가운데 골프치러 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노동절인 이날 거대한 허리케인이 미국의 동부 해안으로 다가오는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버지니아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을 찾았으며, 정치적 불만을 토로하는 트윗들을 날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자신의 소유지에서 시간을 보낸 건 이날로 289일째이며,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낸 건 227일째라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제2차 세계대전 개전 80주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주말 폴란드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도리안이 플로리다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한 바 있다.

지난달 31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도리안 관련 상황을 챙긴 그는 전날 워싱턴DC로 돌아오자마자 연방 재난관리청(FEMA)을 방문, 도리안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대비책 및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골프광'으로 유명한 그가 곧 닥칠지 모르는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비, 연방 정부와 해당 주(州) 정부들이 전념하는 상황에서 휴일인 이날 예외 없이 골프 라운딩에 나서자 '안이한 대응' 내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뒷말을 낳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머물던 지난달 31일에도 헬리콥터를 타고 노던버지니아에 있는 개인 소유의 골프장으로 이동, 몇시간이나 보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방 재난관리청을 찾았을 당시에도 "나는 5등급 (허리케인)에 대해 일찍이 들어봤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어마, 마리아, 마이클 등 세 차례 5등급 허리케인이 미국 본토나 미국령을 강타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5등급 허리케인을 처음 들어봤다고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행보가 논란을 빚자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 안에서도 허리케인 도리안 관련 상황에 대해 매시간 보고를 받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도리안 관련 상황에 집중하고 있다는 행정부의 설명에도 불구,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딴 데 팔린 것 같았다고 CNN은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올린 '폭풍 트윗'을 놓고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자신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며 조롱했던 민주당 내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 미국 최대 노동단체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 언론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트윗'을 했다. 미국의 경제 등 자신의 치적에 대한 '자화자찬'도 다시 한번 늘어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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