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연정 협상 막바지…오성운동 '풀뿌리 당원 투표 결과' 주목

입력 2019-09-02 23:38
伊 연정 협상 막바지…오성운동 '풀뿌리 당원 투표 결과' 주목

3일 온라인 투표…부결되면 연정 좌초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 간 새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연정안에 대한 오성운동의 온라인 당원 투표가 3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오성운동은 3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민주당과의 연정안에 대한 온라인 당원 투표를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부패한 기성 정치를 타파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당원을 중심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를 구현하고자 '루소'(Rousseau)라는 이름의 당원 투표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요 정책 수립 및 결정, 수뇌부 인사 등 핵심 사안에서 전체 당원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오성운동 당원 투표는 연정의 운명을 결정짓는 최대 난관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애초 민주당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이 연정 구성을 승인했음에도 특정 정당의 당원들이 이를 뒤집을 경우 헌법 위반 등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거부감을 표시했으나, 오성운동은 당규를 지켜야 한다며 표결을 고집해왔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는 이날 취재진에 "새 연정의 운명이 루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당원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같은 당 스테파노 파투아넬리 상원의원도 "당원들이 연정에 '노'라고 하면 차기 연정의 총리 지명자인 주세페 콘테는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연정이 실패했다고 말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당원 의사에 따라 연정의 진로가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현재로선 당원 투표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성운동의 기존 당원들 사이에선 '부패 엘리트 정당의 원조'라고 비난해온 민주당과의 연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 협상이 종반부로 접어든 현재 오성운동과 민주당은 디 마이오 대표의 부총리직 연임 문제와 이전 '극우 포퓰리스트'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경 난민 정책 계승 여부를 놓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오성운동이 희망하는 디 마이오 대표의 부총리직 연임 문제에 대해 전날 부총리직을 아예 없애는 방향으로 타협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마찰을 빚고 있는 난민 정책은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극우 정당인 동맹과 오성운동 간 연정 당시 도입된 난민 정책은 국제구호단체의 구조선 입항 금지와 영해 침범 시 벌금 부과 등을 핵심으로 한다.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부총리 겸 내무장관)가 주도했지만, 난민 유입의 직접적 타격권인 이탈리아 남부를 지지기반으로 한 오성운동도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해왔다.

당장 민주당은 지중해에 발이 묶여 있는 난민 구조선의 입항부터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성운동은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앞서 콘테 총리는 전날 연정 협상이 늦어도 4일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는 데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는 4일께 마타렐라 대통령을 다시 찾아 연정 협상의 최종 결과를 보고하고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협상이 타결됐다는 보고가 이뤄지면 상·하원 신임 투표를 거쳐 새 연정이 출범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만, 오성운동의 당원 투표에서 연정안이 거부되거나 연정 협상 자체가 무산될 경우엔 결국 11월께 조기 총선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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