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 "소녀상 기획전 재개 불투명"(종합)

입력 2019-09-02 20:48
日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 "소녀상 기획전 재개 불투명"(종합)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 "전시 중단, 정치적 압력 때문 아냐" 주장

기획자들은 반박 기자회견…"전시중단 결정 일방적…재개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예술감독이 2일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기획전 재개 문제와 관련해 본 전시회 폐막(10월 14일) 전에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지금 단계에선 명시적으로 재개 여부를 말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쓰다 다이스케(津田大介) 예술감독은 이날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이 기획전을 재개하려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전시 중단의 원인이 된 770여건의 협박성 메일에 대한 조사를 경찰이 마무리하고 안전하고 원활한 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전시장 경비 체제가 강화돼야 할 것이라며 이 경우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안전한 전시가 가능한지를 판단하는 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 후에 기획전 참여 작가, 실행위원, 본 전시회 참여 참가 및 철수 작가(기획전 중단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한 작가), 전문가 등이 함께하는 공개토론회를 거쳐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쓰다 감독은 이런 절차를 모두 거쳐야 기획전을 다시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명시적으로 재개 여부와 시기를 말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대형 예술제로 3년마다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에서 열리는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올해 행사에는 기획전으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가 마련됐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를 표현한 '평화의 소녀상'과 쇼와(昭和) 일왕이 불타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 등이 기획전에 출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고 우익세력의 협박이 본격화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공식 개막 사흘째인 지난달 3일 기획전 전시가 중단됐다.

쓰다 감독은 기획전이 중단된 것에 대해 "정치적인 압력이 원인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기획전 개막 2개월 전부터 경찰과 안전하게 행사를 치르기 위한 대책을 정기적으로 협의해 왔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며 그 사례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와 '교토(京都)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을 들었다.



쓰다 감독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등을 문제 삼은 사람들이 교토 애니메이션 방화 사건처럼 '휘발유 테러'를 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항의 전화와 메일이 쏟아져 들어와 직원들의 심리적 중압감이 컸다며 기획전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대부분의 항의 전화는 조직적으로 걸려왔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누군가 기획전을 방해하기 위해 저지른 범죄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편 소녀상이 전시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의 기획자들은 쓰다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린 뒤 같은 자리에서 쓰다 감독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전시 재개를 촉구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획전 실행위원 중 한 명인 오카모토 유카 씨는 기자회견에서 "기획전 중단 결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지적하며 쓰다 감독과 트리엔날레 조직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가 일방적으로 전시를 중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시 재개를 위해서 가능한 것은 아직 있다. 재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다른 실행위원인 비평가 아라이 히로유키 씨는 "오무라 지사에게 전시 재개를 위한 협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문전박대를 당한 것과 같은 상태"라며 오무라 지사와 쓰다 감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parksj@yna.co.kr,,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