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총리, 비판 언론매체에 "기사 안 내리면 소송"
"허위 사실 보도 반복" 사과도 요구…'형제의 난' 여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67) 총리가 '가문의 갈등'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도했다는 이유로 한 온라인 매체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2일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리 총리 측은 전날 온라인 매체 '디 온라인 시티즌'(TOC) 편집장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거짓 기사'를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에서 즉각 내릴 것을 요구했다.
또 3일까지 '충분하고도 무조건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리 총리 측은 TOC 편집장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를 변호사에게 넘겨 소송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내 주류 언론들은 1956년 독립 이래 정권을 계속 잡아 온 인민행동당에 대체로 우호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TOC는 여당 비판 기사를 종종 실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강소국이지만, 집권층은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명예훼손 소송 등을 포함해 시민권을 제약하는 각종 조처를 한다는 비판을 종종 받아왔다.
리 총리 측은 문제가 된 TOC 기사가 리 총리 여동생 리웨이링이(李瑋玲·64)에 의해 이전에 제기된 '거짓 주장들'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2015년 사망) 전 총리의 자녀들인 리 총리와 그를 비판해온 차남 리셴양(李顯陽·62), 장녀 리웨이링은 부친의 유훈을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리웨이링과 리셴양 등은 리 총리가 사저를 허물어 버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않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리 총리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며 맞섰고, 이후 형제들은 각종 의혹을 제기해 '형제의 난'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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