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저지 입법' vs '무시'…英의회, 내일 브렉시트 결전 돌입

입력 2019-09-02 10:51
'노딜 저지 입법' vs '무시'…英의회, 내일 브렉시트 결전 돌입

초당적 '노딜 저지 입법' 추진…정회 전 1주일간 격전 예고

보수당 "당론 어기면 공천배제" 위협…저지법안 무시 가능성도 시사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민주주의의 산실'인 의회를 멈춰 세우면서까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강행하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입법으로 그를 저지하려는 여·야 의원들이 3일부터 '혈전'에 돌입한다.

새 회기 전 '의회 정회(prorogation)'까지 일주일 남짓 개회 기간에 야당과 그에 동조하는 여당내 '반란파' 의원들은 합의 없는 EU 탈퇴, 즉 '노 딜 브렉시트'를 저지하는 입법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그러나 존슨 총리 정부는 의회가 그러한 입법에 성공한다 해도 무시하겠다는 전략을 시사했다.



◇ 피 말리는 '노딜 저지' 카운트다운 = 노 딜 브렉시트 반대파 의원들은 여름 휴회를 마친 의회가 3일 개회하면 노 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을 초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제1야당 노동당의 후보 내각에서 브렉시트부 장관에 해당하는 당직을 맡은 키어 스타머 의원은 1일 국영 BBC 방송에 출연, "입법 목적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려면 브렉시트(시한)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보수당 내 '노 딜 반대파'는 데이비드 고크 전 법무부 장관과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등 20여명으로 알려졌다.

존슨 정부의 의석은 50%에서 단 1석이 많을 뿐이다.

존슨 총리의 계획대로 9∼12일 사이에 의회가 정회(prorogation)되면 그전까지 노 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에 주어진 의사 일정은 짧게는 나흘, 길어도 일주일이다.

이달 회기 안에 처리되지 못한 의안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새 회기로 이관되지 않고 소멸한다.

긴급한 의안에 적용되는 '상시 명령 24조'(SO 24)에 따라 의안을 처리할 경우 짧게는 사흘 만에 노 딜 저지 입법을 완료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단계마다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는 절차가 있기에 노 딜 반대파의 의도대로 일사천리 토론과 표결이 진행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반대파 안에서도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이견이 많아 단일 대오가 형성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 보수당 '공천 배제'로 이탈파 위협 = 존슨 총리와 보수당 지도부는 1일 총리 지방관저인 체커스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노딜 저지 입법에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을 당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일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일제히 전했다.

원내총무실의 한 소식통은 "당론의 메시지는 분명한데, 3일 표결에서 정부의 입장과 다르게 표를 던지는 의원은 정부의 협상력을 파괴하고 의회 통제권을 제러미 코빈에게 넘겨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보수당 의원 누구든 그렇게 한다면 당원 자격이 정지되며 총선에서 보수당으로 입후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만약 야권이 '노 딜' 저지 입법과 별개로 정부 불신임안을 추진해 성공하면 다음 달 조기 총선이 치러질 수도 있다.

반란파로 분류된 보수당 의원 20여명 중 일부라도 노 딜 저지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이들이 실제로 공천에서 배제되면 보수당은 자칫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 당 지도부의 합의는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이탈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노 딜 반대파도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고크 의원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때로 우리는 개인의 이익과 국익 사이에서 판단해야만 하는 지점에 서게 된다"면서 "그럴 때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지 입법 성사돼도 무시 가능성 "EU 양보 얻어내려는 것" = 존슨 정부는 의회가 브렉시트 저지 입법에 성공한다 해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준비를 총괄하는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BBC 방송 인터뷰에서 노 딜 저지 법안이 가결되면 이를 준수할 것인지 질문에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브 실장은 브렉시트와 관련한 '현행법령'이 브렉시트를 지연하려는 '의회의 시도'에 우선한다는 원칙에 입각한 대응 방침이다.

존슨 정부의 전략은 노 딜 저지 입법을 최대한 방해하고, 그 후에도 이를 따르지 않을 구실을 강구함으로써, EU와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보수당 지도부의 한 소식통은 "존슨 총리의 10월 말 EU 탈퇴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지 EU가 깨달아야만 다음 달 17일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에 유리한) 새 합의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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