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내년 하반기 철수완료…아프간 평화협정 윤곽
'단계적으로 14개월내 완료', 중·러 '보증인' 협정 추진 합의
탈레반은 알카에다 관계 청산·테러 중지, 권력분점 정부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려는 미국과 반정부 세력 탈레반이 추진하는 평화협정의 주요 내용이 밝혀졌다.
가장 큰 초점인 미군 철수시기는 '단계적으로', '14개월 이내에 완료'하는 것으로 협의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복수의 탈레반 간부를 인용, 2일 보도했다.
철수시기는 앞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지만 내년 미국 대선을 목표시기로 하고 있다. 철군에는 수년이 걸린다는 미국과 즉시 철군을 요구해온 탈레반이 서로 양보한 결과다.
협정안은 미국이 내년 하반기까지 철군하도록 노력하면서 탈레반 전사를 대거 석방하는 대신 탈레반은 테러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9월1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9차 평화협상에서 이를 토대로 협의가 이뤄졌다. 탈레반은 10개 항목으로 이뤄진 협정안을 아프가니스탄 공용어의 하나인 파슈툰어로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1만명 넘게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탈레반 전사에 대해서는 "국내외 형무소에서 석방한다"고 명기했다. 양측이 실무회의에서 석방 순서와 절차를 조정하고 있다.
탈레반 측은 "외국인이 아프가니스탄 영내로부터 세계 각국에 위협을 주는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인'은 2001년 미국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주도한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잔존세력을 일컫는다. 미국은 더 나아가 "외국인에 의한 전투원 자금조달"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탈레반은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이 "철수중인 미군을 공격하지 않을 것"과 "아프가니스탄 군인과 외국 국적자를 석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탈레반이 감금하고 있는 미국인 대학교수와 호주인 등 2명을 염두에 둔 조항이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보장도 거론됐지만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어진 탈레반 정권하에서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은 여성의 권리는 "이슬람의 가르침과 전통을 따르는 형식으로 지킨다"는 조건부 내용으로 반영됐다.
탈레반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여성의 교육과 직업선택 권리를 박탈하지는 않지만 국가원수가 되는 건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간 휴전협상도 주요 안건이다. 협정안에는 탈레반이 '즉시'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자 등과 대화에 나서고 다른 민족·정당과 권력을 나누는 '포괄적 정권' 수립을 목표로 삼는다는 방침도 들어있다. 탈레반의 권력독점을 막아 정정 혼란없이 철군하고 싶어하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 내용이다.
양측은 9차 평화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차기 협상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보증인'으로 하는 평화안을 도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대표단의 잘메이 할릴자드 특사는 1일 오후 카불을 방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에게 그간의 협상 경과와 협정안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당면 현안은 28일로 예정된 아프간 대선이다. 탈레반은 현 정권에 반발하고 있으며 선거에도 반대하고 있다. 투표를 강행하면 투표소를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합의를 서두르고 있는 미국은 평화협정을 우선시해 대선 연기를 희망하고 있다.
할릴자드 특사는 가니 대통령에게 이런 미국의 입장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재선을 목표로 하는 가니는 선거를 예정대로 치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탈레반은 8월말부터 복수의 중심도시를 일제히 공격하는 등 미국과 아프간 정부를 흔들고 있어 평화협정 타결시기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아사히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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