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反中' 노골화에 시진핑 '무력 투입' 고민 가중

입력 2019-09-02 10:07
수정 2019-09-02 11:49
홍콩 시위 '反中' 노골화에 시진핑 '무력 투입' 고민 가중

홍콩 턱밑 선전에 중국 본토 무장경찰 대기 중…투입 망설여

미국 등 서구 압력·대규모 유혈사태 발생 시 책임론 등 변수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홍콩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우는 등 반중 시위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중국 본토 무력의 투입을 통한 진압 여부를 놓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홍콩에서 10분 거리인 선전(深천<土+川>)에서 수천 명의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무장 경찰이 대기 중인데도 주말마다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데다 미국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무력 진압 가능성에 경고음을 보내며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의 무력 투입을 통한 시위 진압이 유혈 사태로 이어질 경우 '제2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작용하면서 중국 지도부가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지는 형국이다.

홍콩시위대, '공항 마비' 시도…중국 오성홍기 불태우기도 / 연합뉴스 (Yonhapnews)

2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중순까지 열린 중국의 전·현직 수뇌부 모임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 중국 정부는 수천 명의 무장 경찰을 선전에 배치하고 진압 훈련 모습을 공개해 홍콩에 본토의 무력 진압이 임박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베이다이허 회의가 끝난 뒤 지난달 18일 170여만명이 참가한 홍콩 대규모 주말 시위가 평화적으로 끝나고 홍콩 특구 정부가 대대적인 체포 작전에 나서면서 홍콩 사태는 본토 개입 없이 잠잠해지는 듯 보였다.

이후 지난달 24일 또다시 폭력 시위가 격화하면서 홍콩 경찰이 물대포 차를 투입하고 실탄 경고 사격까지 했으며, 지난 1일 시위에도 경찰은 실탄 경고 사격에 이어 '랩터스 특공대'까지 지하철에 투입해 시위자를 체포하면서 상황이 나빠지는 국면이다.

특히 지난 주말 시위에는 중국을 상징하는 오성홍기가 불태워지는 등 중국의 주권과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동이 재연돼 중국 지도부로서는 계속 방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립 7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 중인 상황에서도 홍콩의 폭력 시위를 그대로 둔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당장 중국 본토의 무력을 투입해 홍콩 사태를 진압하기에는 후폭풍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홍콩 문제를 사실상 연계시킨 데다 영국 등 서구 국가들이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인들의 시위를 지지하면서 중국의 무력 진압은 안 된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중국 본토의 무력이 개입해 홍콩 사태를 마무리할 경우 대외 신뢰도 추락으로 홍콩의 아시아 금융 중심지 기능이 사라지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힘든 중국 경제에도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홍콩 경찰의 시위 주모자 체포와 강경 진압에도 시위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강경 진압이라고 반발하는 홍콩 시민들도 적지 않아 자칫 중국 본토 무력 개입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질 경우 30여년 전 톈안먼 사태로 번질 우려도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10월 신중국 건립 70주년 행사의 성공을 위해 그 전에 홍콩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본토 무력 개입은 잘못될 경우 중국 지도부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고 중국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망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중국 지도부는 본토의 무력 투입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하면서 시위 확산을 막고 홍콩 특구 정부를 통해 대대적인 시위자 검거 작전과 회유 작업을 통해 불길을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홍콩 사태가 진전되지 않고 시위가 확산할 경우에는 중국은 ' 덩샤오핑(鄧小平) 어록'과 '홍콩 기본법',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등 각종 명분을 전제로 깔고 본토 무력을 동원해 강력한 진압 수단을 택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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