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 호르몬 치료, 유방암 위험 최고 2배↑"

입력 2019-09-02 09:30
"폐경 후 호르몬 치료, 유방암 위험 최고 2배↑"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폐경과 함께 여성 호르몬이 끊어지면서 겪게 되는 갱년기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여성 호르몬을 공급하는 호르몬 대체 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 흔히 사용된다.

서방에서는 HRT가 1990년대에 크게 증가하다가 2000년대 초 HRT가 유방암을 높인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절반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그러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안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50~69세 사이에 HRT를 최소한 5년 계속하면 유방암 위험이 34%, 10년 계속하면 2배까지 높아지며 HRT를 끊어도 유방암 위험은 10~15년 지속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다시 HRT가 주목을 받게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유명한 유방암 역학 전문가인 발레리 버랄 교수 연구팀이 1992~2018년 사이에 세계에서 발표된 총 58건의 HRT-유방암 관련 연구 자료를 종합, 재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나타났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31일 보도했다.

이 연구들은 HRT를 사용한 여성을 포함, 폐경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을 추적한 것이다.

옥스퍼드 연구팀은 이 연구자료를 토대로 유방암이 발생한 여성들(10만8천647명, 유방암 발생 평균연령 65세)이 유방암이 나타나기 전에 HRT를 언제부터, 얼마나 오래 계속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의 HRT를 선택했는지를 분석했다.

전체 연구대상 여성의 폐경 연령은 평균 50세였다. 그중 절반이 HRT를 사용했고 HRT 지속기간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여성이 평균 10년, 사용하다 끊은 여성이 평균 7년이었다.

HRT 방법에 따라 유방암 위험 상승의 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체중이 평균에 속하고 50~69세 사이에 HRT를 전혀 사용한 일이 없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1백명당 6.3명이었다.

이에 비해 HRT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에 프로게스테론을 추가해 매일 복용한 여성은 유방암 발병률이 1백명 당 8.3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에 프로게스테론을 간헐적으로 추가해 복용한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1백명 당 7.7명으로 이보다는 낮았다.

프로게스테론 없이 에스트로겐만 투여한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1백명 당 6.8명으로 HRT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여성과는 1백명 당 0.5명의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표준 HRT를 5년 계속한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34%, 10년 지속한 여성은 약 2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HRT 지속 기간이 1년 미만인 여성은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

유럽과 미국의 보건 관련 기관들은 HRT를 가능한 한 최단기간으로 제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HRT로 인해 높아지는 유방암 위험은 그리 크지 않았다. '득'이 '실'보다 큰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HRT를 5년 이상 계속한 여성은 HRT를 끊어도 유방암 위험은 10~15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HRT와 강한 연관이 있는 형태의 유방암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촉진되는 형태의 유방암인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ER-positive breast cancer)이었다.

이 연구결과에 대해 영국 유방암 치료 연구협회의 딜라이스 모건 회장은 "새롭고 중요한 정보"라면서 HRT는 여성 개개인이 의사와 상의 아래 '득'과 '실'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경기가 되면 난소의 기능이 멎으면서 에스트로겐 수치가 크게 떨어지고 프로게스테론 수치는 거의 제로 상태로 추락하면서 안면홍조, 야한증, 편두통, 수면장애, 우울증, 기억력 저하 같은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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