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뒤집히고'…허리케인 도리안 강타에 바하마 '쑥대밭'(종합2보)

입력 2019-09-02 17:23
'부서지고 뒤집히고'…허리케인 도리안 강타에 바하마 '쑥대밭'(종합2보)

최대풍속 300㎞ 육박 강풍 동반 초강력 허리케인…"역대급 폭풍우"

"전기 끊겨 대피소도 암흑"…"섬 전체 잠길라" 공포도

美 플로리다·캐롤라이나 강제대피령…트럼프는 주말 골프



(서울·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권혜진 하채림 기자 = 최고등급인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시속 300㎞에 육박하는 강풍과 폭우를 몰고 카리브해 바하마를 강타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도리안은 1일(현지시간) 오후 바하마의 아바코섬과 그레이트아바코섬에 차례로 상륙했다.

도리안은 이날 오후 12시 40분께 최대풍속 297㎞(185마일)/h의 강풍을 동반한 채 아바코섬의 엘보 케이에 상륙했으며 오후 2시께 인근 마시 하버로 진격했다.



도리안의 위력에 직접 노출된 바하마 제도 북부 섬들은 쑥대밭이 됐다.

엘보 케이, 매노워, 마시 하버 등 도리안이 상륙한 지역에선 폭우와 강풍에 건물이 파손되거나 물에 잠기는 피해가 속출했다고 지역 의용소방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렸다.

보트와 각종 집기가 침수된 주거지역까지 밀려드는가 하면, 건물 지붕이 뜯겨 나가고 자동차가 뒤집히는 등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강풍에 전신주가 쓰러지며 전력 공급이 중단돼 수백여명의 주민이 학교와 교회 등으로 대피했다.

일부 대피소마저 전력이 끊겨 주민들은 암흑 속에서 공포에 떨었다.

전력과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며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조차 힘든 실정이라고 BBC가 보도했다.



바하마 일부 저지대는 섬이 완전히 침수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일어날 정도로 수위가 높아졌다.

물 '폭탄'에 거리에 물이 차오르면서 아바코섬 일부 지역에선 길이 시작되는 지점과 바다를 구분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NHC는 1일 밤 아바코의 수위가 최고 7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보했다.

폭스뉴스로 방송된 현지 주민이 촬영한 영상에선 지붕 일부가 날아간 집과 전복된 차량 등이 목격됐다. 승용차가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오른 곳도 있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도리안이 '역대급(historical) 폭풍우'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날 도리안의 최고 풍속을 시속 295㎞로 측정하고, 역대 육지를 강타한 대서양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것들과 동급이라고 보도했다.

2005년 허리케인 윌마, 1988년 길버트, 그리고 허리케인 이름을 붙이기 전인 1935년 노동절에 강타한 허리케인까지 지금까지 세 차례 최고 시속 295㎞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 "재앙수준" / 연합뉴스 (Yonhapnews)

유일하게 이보다 강력한 허리케인으로 기록된 1980년의 앨런은 미 본토에는 도달하지 않았다.

인구 40만 명의 바하마는 괴물 허리케인의 상륙에 비상상황이다.

바하마 정부는 도리안 상륙을 앞두고 전역에 14개의 대피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아바코섬과 그랜드바하마 등 일부 지역의 공항도 폐쇄했다. 600편의 항공편이 결항했다.

정부 당국은 도리안이 상륙한 현재까지도 집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저지대 거주민들에게 대피할 것을 종용했다.

허버트 미니스 바하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바하마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허리케인을 맞았다"며 주민들에게 경계를 당부하고, "아직 대피하지 않은 이들은 극도의 위험에 처한 것으로, 재앙 수준의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니스 총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오늘이 아마도 내 인생 최악의 날이자 가장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나소가디언은 전했다.

도리안으로 사회기반시설과 건물이 파손되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지만 다행히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바하마 관광항공부의 조이 지브릴루 장관은 밝혔다.

그러나 현지 라디오방송은 벽장 속으로 피신한 엄마와 아이가 경찰의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진행 경로에 있는 바하마가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미 본토도 도리안이 가까이 다가오자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현재 도리안은 시속 11㎞의 속도로 느리게 북상 중이다. 1일 밤에서 2일 오전 사이 그랜드바하마섬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경로상 도리안은 바하마를 지난 뒤 북동쪽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어 미국 남동부 해안을 따라 올라갈 전망이다. 미 당국은 이 허리케인의 중심부가 미국을 지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해안가 지역에선 강력한 폭풍과 해일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 남동부 플로리다와 사우스·노스캐롤라이나 등은 도리안이 몰고 올 강풍과 폭우에 대비해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일 83만명에 이르는 해안가 주민 전원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대피령은 2일 정오부터 발효되며, 주 경찰은 이 시간 이후 주요 해안가 고속도로를 통제해 피해가 예상되는 해안가로의 접근을 막을 방침이다.

맥매스터 주지사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모두를 살릴 수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바코, 그랜드 바하마, 비미니로 가는 공항을 모두 폐쇄했다.



케빈 해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 대변인은 주민 7만3천명, 2만1천가구가 영향권에 들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도리안이 플로리다에 근접하거나 상륙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인명을 위협하는 폭풍 해일과 강풍이 있을 수 있다. 계속 대비하고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플로리다 유명 휴양지인 팜비치도 1일 오후 1시를 기해 동부 지역 일부에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홍수 위험이 있는 저지대 지역과 이동식 주택, 기준치에 못 미치는 주택 거주자 등이 대상자다.

기상당국은 도리안이 시속 7㎞로 서쪽을 향해 이동 중이라며 2일 밤 허리케인이 "모든 분노"를 품은 채 그랜드 바하마 섬을 지날 것으로 예상했다.

허리케인 예상 경로에 포함된 바하마의 다른 작은 섬들에선 호텔들이 문을 닫았으며, 주민들은 배를 대절해 인근의 더 큰 섬으로 이동을 준비 중이다.



한편 도리안 접근을 앞두고 플로리다주에 비상이 걸린 지난달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버지니아에 자신이 소유한 골프클럽을 찾았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주말 휴가를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메릴랜드에 있는 캠프 데이비드에 머물며 도리안의 진행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으나 31일 헬기를 이용해 골프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백악관은 '재난관리청(FEMA) 직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했고, 매시간 허리케인의 상황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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