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등급 도리안, 바하마 강타…풍속 295㎞ '상륙 허리케인중 최강'
대서양 허리케인 중 역대 두 번째 위력…바하마에 가옥 파손 등 잇따라
느린 속도로 이동하며 북상 예상…美 플로리다·캐롤라이나 등도 긴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최고 등급인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카리브해 바하마를 강타했다.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 "재앙수준" /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도리안은 1일(현지시간) 오후 바하마의 아바코섬과 그레이트아바코섬에 차례로 상륙했다.
이날 도리안의 최고 풍속이 시속 295㎞에 달해 역대 육지를 강타한 대서양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것들과 동급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2005년 허리케인 윌마, 1988년 길버트, 그리고 허리케인 이름을 붙이기 전인 1935년 노동절에 강타한 허리케인까지 지금까지 세 차례 최고 시속 295㎞의 강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육지에 상륙했다.
이들보다 강력한 유일한 허리케인은 1980년의 앨런으로 육지엔 도달하지 않았다.
인구 40만 명의 바하마는 괴물 허리케인의 상륙에 비상상황이다.
허버트 미니스 바하마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바하마 역사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허리케인을 맞았다"며 주민들에게 경계를 당부했다.
미니스 총리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오늘이 아마도 내 인생 최악의 날이자 가장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 나소가디언은 전했다.
바하마 정부는 도리안 상륙을 앞두고 전역에 11개의 대피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아바코섬과 그랜드바하마 등 일부 지역의 공항도 폐쇄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이미 바하마에선 가옥의 지붕이 날아가고 나무가 뽑히는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인명 피해 등 정확한 피해 상황은 아직 집계되지 않은 상태다.
위험 지역의 주민 상당수는 이미 집을 빠져나와 대피소 등으로 옮겼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이 대피령을 따르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미니스 총리는 "아직 대피하지 않은 이들은 극도의 위험에 처한 것으로, 재앙 수준의 결과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도리안은 시속 11㎞의 속도로 느리게 북상 중이다. 1일 밤에서 2일 오전 사이 그랜드바하마섬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경로대로라면 바하마를 지난 후 미국 본토에는 상륙하지 않은 채 북동쪽으로 방향으로 틀어 미국 남동부의 대서양 해상을 따라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와 사우스·노스 캐롤라이나 등도 도리안이 몰고 올 강풍과 폭우에 대비해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도리안이 플로리다에 근접하거나 상륙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인명을 위협하는 폭풍 해일과 강풍이 있을 수 있다. 계속 대비하고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당국은 도리안이 미국 본토를 비껴가도 플로리다 등에 강풍과 높은 파도 등 도리안의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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