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대, '공항 마비' 시도…中 오성홍기 불태우기도(종합)

입력 2019-09-01 21:05
수정 2019-09-02 06:56
홍콩시위대, '공항 마비' 시도…中 오성홍기 불태우기도(종합)

공항 주변 도로 봉쇄했다가 철수…이용객 불편 겪었지만, 항공기는 정상 운항

공항철도 운행도 일시 중단…버스 끊기고 도로 곳곳 극심한 정체

도심 영국 총영사관 앞선 "우린 영국인" 시위…내일부터 총파업·휴업까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폐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와 정부 간 갈등이 계속 격화하고 있다.

전날 시위대와 경찰이 화염병·벽돌과 최루탄·물대포 등을 동원해 치열하게 맞붙고 나서 시위대는 1일 오후 홍콩 국제공항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집단행동에 나서 공항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위대는 이날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를 불태우기도 했다. 점차 대담해져 가는 시위대의 반중(反中) 행동은 중국 중앙정부를 더욱 자극할 공산이 커 보인다.

홍콩시위대, '공항 마비' 시도…중국 오성홍기 불태우기도 / 연합뉴스 (Yonhapnews)

2일에도 홍콩 국제공항 교통 방해 시위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총파업과 학생들의 동맹 휴업까지 예고되어 있어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송환법 반대 진영의 예고대로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께부터 검은 옷과 마스크를 한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에 몰려들었다.



수천 명 규모의 시위대는 홍콩 국제공항 주변 도로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교통 운행을 방해하면서 홍콩 시내에서 홍콩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서 극심한 정체 현상이 나타났다. 공항을 오가는 버스 운행도 일부 중단됐다.

시위대가 홍콩 도심과 홍콩 국제공항으로 잇는 공항철도 선로에 쇠막대기 등 물건들을 던져 넣는 바람에 양방향 공항철도 운영도 한동안 중단됐다.

공항으로 향하던 일부 승객과 항공사 승무원들은 항공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공항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여행용 가방을 끌고 걸어가도 했다.



외부에서 홍콩에 들어온 이들도 공항에서 목적지로 이동할 수 없었다.

이탈리아인 파올로 씨는 SCMP에 "항의의 이유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들의 전략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말 필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콩 국제공항의 항공편은 대체로 정상적으로 운행됐다.

홍콩 시위대는 2주 전에도 홍콩 국제공항 로비를 점거한 채 시위를 벌여 공항을 마비시킨 바 있다. 당시 1천편에 달하는 항공편이 결항했다.

당시 일부 시위대는 정치적 요구를 표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출국장 문 앞을 완전히 틀어막고 모든 여행객이 홍콩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이후 홍콩 법원은 공항 내부 시위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날 헬멧과 방패, 곤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이 공항 내부를 지켜 시위대는 공항 안으로 진입하지는 못했다. 증원된 경찰 병력이 공항이 나타나자 시위대는 공항 근처에서 벗어나 인근의 퉁청(Tung Chung·東涌) 전철역으로 후퇴했다.

이날 시위대는 거리에서 극심한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일부 시위대는 퉁칭 지역의 정부 건물에 걸린 중국 국기를 끌어 내린 뒤 불태웠다. 앞서 시위대가 중국 국기를 끌어내려 바닷물에 던졌을 때도 중국은 '마지노선'을 넘었다면서 극도의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또 시위대는 거리에 있는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선전물도 훼손했다. 공항의 버스 정거장 안내판에는 중국을 독일 나치에 빗댄 표현인 'CHINAZI'라는 큰 낙서가 남아 있었다.



정부와 대치가 첨예해지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의 폭력 성향도 강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퉁청역에서 쇠파이프 등으로 개찰기, 매표기, 안내용 대형 모니터 등 기계를 다수 파괴했다. 또 안내소와 중앙제어실 등의 유리창도 부수고 곳곳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렸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소화전을 열고 호스로 물을 부어 역사 내부 일부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시위 진압 경찰이 퉁청역으로 접근하자 시위대는 다시 곳곳으로 흩어져 산발적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도로 여러 곳에서 방화도 이어졌다.

아울러 이날 홍콩 도심인 애드미럴티의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서도 홍콩 시민 약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시위가 열렸다.

영국 국기가 곳곳에서 휘날리는 가운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영국 여권을 꺼내 보이며 "우리는 영국인이다. 우리를 버리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홍콩 내 10개 대학 학생회는 신학기를 맞는 이달 2일부터 2주간의 동맹 휴학을 예고했다. 일부 중·고교생들도 수업 거부, 침묵시위, 시사 토론 등의 방식으로 송환법 반대 의사를 나타낼 예정이다.

2∼3일에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참여하는 총파업도 예고됐다.

지난달 5일 총파업 때는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빚어진 것은 물론 8개 지하철 노선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은 '교통 대란'과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하는 '항공 대란'이 벌어졌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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