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실, 브렉시트 이견 차단 '군기 잡기' 나서

입력 2019-08-31 21:47
英 총리실, 브렉시트 이견 차단 '군기 잡기' 나서

실세 총리수석보좌관, 재무장관 언론비서관 전격 해임…장관, 격노해 항의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 총리실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문제를 놓고 내부 '군기 잡기'에 나섰다.

31일(현지시간) BBC방송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수석보좌관인 도미니크 커밍스가 사지드 자비드 재무장관의 언론담당 비서관인 소니아 칸을 29일 총리 집무실인 런던 다우닝가(街)로 소환한 뒤 전격 해임했다.

존슨 총리의 수석 정무 보좌관인 커밍스는 존슨 내각에서도 가장 실세로 꼽히는 인사다.

칸 비서관이 해임된 것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극심한 혼란이 우려된다는 정부 기밀문서가 유출된 사건과 관련됐다.

최근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시절 작성된 기밀문서의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집권 보수당 일각에서는 문서 유출의 배후가 필립 해먼드 전 재무장관 쪽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해임된 칸 비서관은 전 정부에서는 해먼드 장관 밑에서 일했다.

해먼드 장관은 보수당 내각에서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대표 인사로, 현 총리실은 칸 비서관이 해먼드 장관 측 인사들과 최근까지 접촉하면서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칸 비서관은 커밍스 보좌관에게 소환된 뒤 그에게 개인·업무용 휴대전화기를 모두 제출하고 통화기록까지 요구받았다고 BBC가 전했다.

이를 두고 자비드 재무장관이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내각에서 브렉시트 문제를 놓고 갈등이 격화하는 기류다.

자신의 언론담당 비서관을 상의도 없이 해임해버린 총리실에 격노한 자비드 재무장관은 커밍스 보좌관에게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총리실과 갈등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 자비드 재무장관은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과 존슨 총리의 관계는 환상적이라면서 커밍스가 재무부를 뒤에서 배후조종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런던 정가에서는 이번 일을 두고 존슨 총리 측이 브렉시트와 관련해 총리에게 반기를 들만한 세력을 내각에서 색출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EU와 새로 합의하지 못하면 10월 31일에 정해진 일정대로 EU를 탈퇴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브렉시트 반대파는 내달 여름 휴회를 마치고 다시 열리는 하원에서 브렉시트 기한을 다시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를 추진 중이다.

기밀문서 유출의 배후설이 있는 보수당의 해먼드 의원과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이 이 작업을 주도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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