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수도 이전에 난제 속출…환경 피해부터 땅 투기까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을 추진 중인 가운데 여러 난제가 속출하고 있다.
31일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 이전을 공식화하면서 새 수도 후보지와 관련해 환경 오염, 부동산 투기, 원주민 피해 등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 26일 보르네오섬의 동(東)칼리만탄에 새 수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칼리만탄에는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현 수도 자카르타에는 경제와 산업 중심지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 1단계에서는 인구 150만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건설비용은 330억 달러(40조원)로 추산된다.
자카르타는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 건물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매년 평균 7.5㎝씩 지반이 내려앉는 바람에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진 상태다.
이런 정부 계획과 관련해 AFP통신은 새 수도 건설로 칼리만탄의 열대우림과 오랑우탄 서식지가 파괴될 수 있다는 환경운동가의 주장을 전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보르네오의 환경은 광산과 팜오일 농장 등으로 인해 이미 위협받는 상태"라며 "만약 주요 보존 지역 인근에 큰 도시가 건설된다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투기도 문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동칼리만탄에는 이미 부동산 투기 세력이 몰려들어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5천여 회원사를 거느린 인도네시아 부동산기업협회는 조코위 대통령에게 동칼리만탄에 대한 투기 규제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소엘라에만 소에마위나타 협회장은 "정부가 해당 지역의 땅을 확보한 뒤 민간 업자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팔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원주민 사회에서는 수도 건설 계획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원주민들은 대규모 건설을 통해 가라앉은 현지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자연 파괴로 인해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야크 부족의 지도자인 율리우스 요하네스는 AFP통신에 "우리의 삶은 열대우림과 늘 깊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원주민 보호 운동가인 키티사크 라타나크라장스리는 로이터통신에 "여러 세대에 걸쳐 그곳에서 살았던 원주민에게는 재정착의 좋은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그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면 생계를 이어가지도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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