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르 향수 '소바쥬' 광고, 미국 원주민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19-08-31 16:16
디오르 향수 '소바쥬' 광고, 미국 원주민 인종차별 논란

"'야만적'이라는 향수 이름과 원주민 묘사 방식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글로벌 명품 브랜드 디오르가 미국 원주민을 다룬 광고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디오르는 30일(현지시간) 자사 소셜미디어(SNS)에 '소바쥬'(Sauvage) 향수의 동영상 광고 예고편을 올렸다고 AP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예고편에는 할리우드 배우 조니 뎁(55)이 미국 원주민 전통 복장을 하고 유타주 남서부의 황야에서 미국 원주민 부족인 '쇼니'족(族) 기타리스트의 유명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다른 원주민 부족인 '로즈버드 수'족 무용수와 캐나다 원주민의 후손인 여배우도 등장한다.

디오르는 "미국 원주민의 영혼 속으로 깊숙이 떠나는 진짜 여행"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광고는 곧바로 미국 원주민계 등에서 인종·문화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향수의 이름이 문제가 됐다.

프랑스어 'Sauvage'는 영어로 '야생의'(wild) 혹은 '야만인, 야만적인'(savage)의 뜻으로 번역된다.

이는 조상들이 '야만인'이라고 불리며 학살된 아픈 역사를 가진 미국 원주민들의 상처를 후벼판 셈이라고 AP는 지적했다.

'소바쥬' 이름을 붙인 디오르의 향수 제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디오르는 지난 1960년대에 이 브랜드를 처음 출시한 이후 미국 원주민 영상물을 계속 사용해서 비판을 받아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언론감시단체인 '일루미네이티브'의 크리스털 에코 호크 대표는 디오르 광고에 대해 "원주민들을 야만인으로 묘사하는 것은 해가 된다"며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광고가 "너무나 모욕적이고 인종차별적"이라며 "2019년을 살아가는 사람이 이런 광고가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광고 내용도 지적을 받았다. 원주민 관련 단체인 '원주민환경네트워크' 설립자인 댈러스 골드투스도 이 광고가 "미국 원주민들을 마치 과거의 유물처럼 낭만적으로 그려냈다"며 "디오르가 이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니 개탄스럽다"고 꼬집었다.

비판이 일자 디오르는 광고 예고편을 올린 지 수 시간 만에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를 삭제했다.

디오르는 보도자료를 내고 광고가 미국 원주민의 조언을 받아 제작됐으며, 원주민 권익단체의 협조도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광고 감독 로라 해리스는 비판이 나올 걸 예상했다면서도 광고가 사람들에게 원주민들의 가치와 철학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디오르가 향수의 이름을 변경하거나 유타주에서 예정된 광고 촬영을 취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디오르 측이 내놓은 해명에도 비판은 이어졌다.

브라운대학 미국학·민족학과 에이드리엔 킨 교수는 "그들(디오르)은 제대로 하려고 했던 것 같고, 일부 훌륭한 사람들도 관여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은 회사와 '야만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제품을 위한 광고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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