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근본 원인은 심각한 불평등…젊은이들 희망 포기"

입력 2019-08-30 13:39
"홍콩 시위 근본 원인은 심각한 불평등…젊은이들 희망 포기"

치솟는 생활비·中 본토 젊은이들과의 '일자리 전쟁'도 분노 키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갈수록 격화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의 근본 원인은 홍콩 사회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으로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 산하 아시아경쟁력연구소의 탄키갑 교수 등 3명은 전날 한 포럼에서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 치솟는 생활비, 중국 본토인과의 취업 경쟁 등이 홍콩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었으며, 이것이 시위의 주된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지니계수는 1981년 0.451에서 2016년 세계 최고 수준인 0.539로 치솟았다.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 분배가 평등하게,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통상 0.4가 넘으면 그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본다.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1평(3.3㎡)당 1억원을 넘을 정도로 뛰어올랐지만, 홍콩 하위직 임금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작 연평균 1.12%에 불과했다.

반면에 중간 관리자의 임금이나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은 연평균 1.47%씩 올라 불평등을 키웠다.

탄 교수는 "1980년대에 홍콩의 소득 불평등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매우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홍콩 젊은이들을 분노하게 하는 또 다른 문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놓고 중국 본토 출신들과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 홍콩으로 이주하는 본토인은 매년 수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30년 동안 홍콩에서 영주권을 얻은 중국인은 60만 명을 넘어섰다.

탄 교수는 "대규모 시위의 배경에는 홍콩 경제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몫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홍콩 젊은이들의 뿌리 깊은 불만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홍콩 젊은이들의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높은 생활비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빈곤층에 대해 공공주택, 의료,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술 훈련 등 인적투자 강화를 통해 계층 이동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싱가포르가 홍콩 시위의 혜택을 볼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홍콩을 대체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가 밀어내지 않아도 홍콩은 스스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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