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DLF '쪼개팔기' 점검…한일 통화스와프 필요"(종합2보)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 안심대출 배제 문제 인지"
"아시아나 '통매각'이 맞아"…"일본계 자금 철수 안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홍정규 성서호 한혜원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최근 원금 손실 가능성으로 물의를 빚은 파생결합펀드(DLF·DLS) 상품을 '중수익 고위험' 상품으로 규정하고 '쪼개팔기 의혹' 등을 검증하기로 했다.
내달 출시되는 연 1%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가 배제되는 데 대해서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DLF·DLS 상품에 사기성이 있다고 하자 은 후보자는 "상품을 보면 고위험·중수익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상품의 기대 수익이 크지 않지만 손실 가능성은 크다는 것으로 상품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의 독일 금리 연동 DLF 상품을 두고 제 의원이 공모 형태를 취하지 않고 49인 이하의 투자자를 모집해 19개의 상품으로 쪼개 파는 방식으로 더 느슨한 사모펀드 규제로 우회했다고 지적하자 은 후보자는 "공모해야 할 상품을 사모 형식으로 발행했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대안정치 장병완 의원이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자 은 후보자는 "금융위는 좋은 취지로 (상품을 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억울한 느낌이 있을 것"이라면서 "충분히 문제가 뭔지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은 후보자는 "이번에 20조원 규모로 했는데 재원이 많으면 하겠는데, 이 상태에서 여유 있으면 갈 수도 있고, 그런데 미리 희망을 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재원 여유가 있을 경우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에게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탈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100% 배제하지는 않는 것으로 해석됐다.
금융위원회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출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상을 변동금리와 준고정금리로 제한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이 상품은 주택담보대출 구조개선을 위하여 비(非)고정금리 대출의 고정금리 대출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는 현 시장금리 수준을 반영한 정책모기지로 갈아탈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가계부채에 대해 은 후보자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서 한자리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절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줄여가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한 번에 줄일 수 없으니 서서히 줄여가겠다"고 설명했다.
은 후보자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 상황에도 "일본과 (통화스와프를) 새로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일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던 2011년 은 후보자는 실무를 책임지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었다.
그는 "당시 유럽 위기가 있어서 (금융시장이) 지금처럼 불안했다. 그래서 일본이나 중국 같은 나라와 스와프를 해 놓으면 (시장) 안정에 좋겠다"고 판단했다면서 "쓰겠다는 게 아니라 방어막으로서 성사시켰다"고 회고했다.
은 후보자는 일본계 은행이 국내에 대출해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에 대해선 "수출입은행장 재직 때 일본계가 빠져나가면 우리가(수은이) 들어가려고 생각했는데 저쪽(일본)에서 곁눈질(자금회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서 "(일본계가 빠진다면) 수은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선 "우리 금융사들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어렵다고 (일부 국가에서) 철수했다가 아직도 해당 국가에 다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사들이 이런 상황이 된다고 해서 함부로 이사하듯 움직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수은) 은행장을 할 때 일본 은행장들과 알고 지냈다"며 "정치적인 건 정치적인 거고, 금융 측면에서 외교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은 후보자는 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한국금융의 문제점을 묻자 "기본적으로 과감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 게 있고 보수적이고 안정 위주로 해서 그렇다"면서 "과거에는 금융이 지원 기능 위주였는데 금융산업 자체로 발전하고 금융산업이 다른 산업을 이끌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매각과 관련해 은 후보자는 "'통매각'이 맞다"는 견해를 보였다.
통매각은 에어서울, 에어부산[298690], 아시아나IDT[267850] 등 6개 자회사까지 함께 매각하는 방식이다.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취임하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민감한 현안 관련 질의에 다소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다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으로부터 "답변할 때 너무 주변을 살피는 것 같다"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