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중견 언론인, 외무장관 동행 중 스웨덴에 망명
잠시 담배 피우겠다며 보안요원 따돌리고 경찰서행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란 외무장관의 스웨덴 방문에 동행한 중견 언론인이 담배 피우는 휴식 시간을 틈타 보안요원들을 따돌리고 현지 당국에 망명했다.
29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의 보수계 뉴스통신사 모지의 정치 편집자인 아미르 토히드 파젤은 최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의 스웨덴 공식 방문을 동행 취재 중 4명의 요원이 체포영장을 갖고 자신의 테헤란 사무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스웨덴 당국에 망명을 신청했다.
자리프 장관은 유럽순방 일환으로 스웨덴을 방문했으며 지난 25일 예기치 않게 프랑스 비아리츠의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바람에 일정이 단축됐다.
파젤은 테헤란의 동료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자신이 이란 내부 강ㆍ온건파간 권력 투쟁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이란이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의 이중국적이나 영주권을 가진 이란 정부 주요 인사 명단을 바 공개한 바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경우 영국 글래스고 칼레도니아 대(大)에서 5년간 수학하면서 영국 시민권을 부여받았다는 보도로 인해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파젤은 망명이 어려운 결정이었으며 특히 장관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48명의 보안요원이 수행 기자들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가능한 미리 발각되지 않기 위해 다음 방문지인 노르웨이로 떠나는 마지막 순간 일행에서 이탈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아침 식사 후 자리프 장관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연설하는 사이 동료들에게 잠시 담배 피우러 갔다 오겠다고 말한 후 12분간 '생명을 위해' 달렸다고 밝혔다. 휴대전화의 심(Sim) 카드를 버리고 택시에 올라탄 후 경찰서로 향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당국은 파젤의 망명 신청을 확인했다.
이란의 관영 IRNA통신에서 일한 바 있는 파젤은 자신이 이란이 보수와 개혁파 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개혁파로부터는 정부의 앞잡이로, 그리고 보수파로부터는 친서방 반혁명분자로 비난받아왔다는 것이다.
언론자유를 표방하는 국경없는기자회에 따르면 이란은 전 세계 180국 가운데 언론자유 면에서 170위에 랭크돼 있으며 이슬람 혁명이 발발한 지난 1979년 이후 800여명의 언론인이 투옥 또는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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