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풍 전야' 푸에르토리코 때리기…"지구상 가장 부패"

입력 2019-08-29 01:27
트럼프, '폭풍 전야' 푸에르토리코 때리기…"지구상 가장 부패"

허리케인급 열대 폭풍 도리안 상륙 앞두고 푸에르토리코 비상

트럼프, 산후안 시장과 설전 펼치며 푸에르토리코 공격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카리브해의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허리케인급 열대성 폭풍의 상륙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에르토리코와 수도 산후안 시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푸에르토리코로 향하는 열대성 폭풍 도리안을 긴밀하게 추적하고 있다"며 "연방재난관리청(FEMA)과 다른 모든 이들이 준비를 마쳤고 훌륭하게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FEMA 등이 훌륭히 대처하면 감사를 표시해달라며 "무능한 산후안 시장(의 감사 인사)을 포함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몇 시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트위터에 "푸에르토리코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패한 곳 중 하나다. 정치 시스템은 붕괴됐고 정치인들이 무능하거나 부패했다"고 공격했다.

그는 "(미국) 의회가 지난번에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액수인 수십억 달러를 승인했는데 그 돈이 사기꾼 정치인들에게 갔다. 좋지 않다"면서 "그건 그렇고 난 푸에르토리코에 일어난 최고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와우! 또 한 번의 대형 폭풍이 푸에르토리코로 가고 있다. 끝나기는 하는 걸까?"라며 2년 전 허리케인 마리아 당시 푸에르토리코에 지원했던 구호기금을 거론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푸에르토리코가 허리케인급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는 열대성 폭풍 도리안의 상륙을 앞두고 말 그대로 '폭풍 전야'인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도리안은 현재 카리브해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의 남동쪽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방향을 향해 북서진하고 있다. 현재 예상 경로로는 29일 오전께 푸에르토리코 동쪽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푸에르토리코 도달 무렵 도리안이 허리케인으로 세력이 강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허리케인센터는 푸에르토리코 일부 섬 지역에 허리케인 경보를 발령했다. 푸에르토리코 정부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27일 저녁 푸에르토리코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17년 허리케인 마리아로 3천 명가량이 사망한 푸에르토리코는 2년 전 악몽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잔뜩 긴장한 채 대비 태세를 갖췄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에르토리코 때리기'에 나서자 카르멘 율린 크루스 산후안 시장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나서 실제로 현장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고 비난했다.

크루스 시장은 "이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나 정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엔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마리아 전후로도 푸에르토리코 원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산후안 시장과 거센 논쟁을 벌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3천 명이라는 사망자 숫자가 부풀려진 것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FEMA 등 미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대처했음에도 크루스 시장 등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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