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어선 침몰시킨 中 선박, 석 달 만에 무성의한 사과

입력 2019-08-28 19:15
필리핀 어선 침몰시킨 中 선박, 석 달 만에 무성의한 사과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지난 6월 9일 남중국해 리드뱅크(중국명 리웨탄, 필리핀명 렉토뱅크)에서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킨 뒤 물에 빠진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은 채 달아났던 중국 선박의 선주가 석 달 만에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 형식과 내용이 무성의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GMA 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필리핀 외교부를 수신처로 하고 '렉토뱅크 충돌사고에 대한 중국의 사과'라는 제목을 단 문서를 공개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이 중요 부분을 영어로 번역했다는 이 사과문에는 "(사고와) 관련된 중국 어선 선주는 우리 협회를 통해 필리핀 어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어한다"고 적혀 있다.

필리핀 외교부는 여기에 언급된 협회가 어떤 단체를 지칭하는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또 "지난 6월 9일 저녁 난사군도(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의 중국 명칭)의 리드뱅크 해역에서 중국과 필리핀 어선의 우발적인 충돌로 필리핀 어선이 손상을 입었다"면서 "인명피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필리핀 어민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에 관련된 중국 어선은 광둥성 선적이고 선주는 우리 협회 회원"이라며 "이번 사고가 중국 어민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중국 어선이 그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마지막으로 "필리핀 측은 실제 손실에 근거해 구체적인 보상요구를 하기 바란다"면서 "관련 어선 선주에게 필리핀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가해 선박 선주가 간접적으로 사과하면서 당시 사고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또 사고가 발생한 후 석달가량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다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날 갑자기 사과문을 내놨다.

필리핀 피해 어선 선원 22명은 당시 중국 선박이 필리핀 어선을 들이받아 침몰시키는 바람에 모두 물에 빠졌지만, 중국 선박이 구조하지 않은 채 곧바로 달아났다고 주장했다.

실제 필리핀 선원들은 물에 빠진 지 몇시간 뒤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베트남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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