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 바이든, 이제 '선출가능성'만으로는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2020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예상 밖 큰 하락세를 보이면서 그가 내세워온 (트럼프 현 대통령에 대한)'선출가능성'(electability)이 민주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6일 발표된 몬머스대학의 민주당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사실상 동률의 지지율을 보임으로써 종전의 압도적 선두에서 3자 경쟁체제로 들어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몬머스대 조사 대상이 소수인 데다, 불과 1주일 전 CNN 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두 경쟁자보다 두 자릿수 이상 일방적으로 앞섰던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민주 대선 경쟁이 '3자 경쟁'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상당수 민주당 전문가들은 이번 몬머스대 조사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며 이제 단순히 '자신이 트럼프를 꺾을 수 있는 후보'임을 내세워 예선전 승리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26일 전했다.
민주당 지지 유권자들은 그동안 트럼프 현 대통령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으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자신의 높은 개인적 지명도와 함께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높은 지지도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든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도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폭스뉴스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이 트럼프를 12% 포인트 차로 이길 것으로 나타났으나 샌더스도 9% 포인트, 워런 7% 포인트, 그리고 카멀라 해리스도 6% 포인트 차로 트럼프에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으로서는 이제 단순히 선출가능성만을 내세우기보다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지지해야 하는 다른 이유를 제시해야 할 상황이라는 민주당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2008년 대선전에서 힐러리 클린턴 진영에 참여했던 민주당 전략가 마이클 트루질로는 "자신이 핵심 명분으로 내세워온 주장들이 무너질 경우 추락할 수 있다"면서 "만약 몬머스대 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는 분명 바이든 진영이 원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몬머스대 조사는 민주당 경선전이 본격화하는 노동절을 앞두고 발표된 것으로 또 다른 민주당 전략가인 짐 맨리 역시 '선출가능성'은 장기적으로 효력이 떨어지는 만큼 바이든 선거진영은 다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바이든은 현재 선출가능성 외에 분열된 미국민을 단합시킬 통합자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은 지난주 뉴햄프셔주 킨 스테이트 칼리지 연설에서 "(트럼프)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만을 위한 대통령이 되기로 작심했지만 나는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발표된 CNN 조사는 바이든 29%, 샌더스 15%, 워런 14%로 바이든이 압도적 우세를 보인다. 또 이달 초 실시된 퀴니피액대 조사에서는 바이든이 32%의 지지율로 역시 워런(21%)과 샌더스(14%)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바이든 지지자들은 이번 몬머스대 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의 말실수가 잦아지면서 선출가능성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수가 잦아지면서 내년 본선에서 과연 바이든이 트럼프에 대적할 수 있을지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말싸움에 능한 호전적인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공세에 나설 경우 바이든이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몬머스대 조사 결과로 대선 판도를 속단하기는 이르나 몬머스대 조사 결과는 최소한 바이든 진영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멀고 긴 선거전에서 바이든으로선 첫 고비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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