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소재 의존 벗어나야…대·중소기업 협력 필요"(종합)
소득주도성장특위·한국경제학회 공동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려면 부품 수입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부품 국산화를 위해 대·중소기업 협력관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와 한국경제학회가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급변하는 대외환경과 한국경제의 대응방안' 공동토론회에서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책 제안이 쏟아졌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과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한국은 반도체 산업 후발주자로 미국, 일본으로부터 소재와 장비를 수입해 왔다"며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삼아 원천기술 확보 및 소재·장비 국산화 비율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감광액) 등 반도체 주요 소재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오고 있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 일본 수출규제로 반도체 공급사슬이 붕괴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부품과 제조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면 반도체 산업에 더해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조 본부장과 김 전문연구원은 이를 막기 위해 "중소기업이 대기업 제품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원천기술을 확보해 소재 및 제조장비를 국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우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경제팀장은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율은 2011년 이후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대중소 협력을 통한 수출의 부가가치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부품 국산화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반도체 관련 회사들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육성하는 게 답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토론에서 "국산화는 기술 수준이 낮은 상품을 카피하는 것에 불과하고 이 방법으로는 이익이 생기지 않는다"며 "정부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장기적으로 지원해 국내 업체들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이 있었다면 일본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중국도 한중 FTA에 사드갈등 당시 명시적으로 보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수출이 악영향을 받게 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수 있다는 발표도 나왔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증가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교역 증가율 전망치인 3.86%를 유지하고 소비와 투자도 그간 추이를 보일 경우 향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69%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수출증가율이 최근 5년 수준인 2.1%로 낮아지고, 소비와 투자는 과거 추이를 이어갈 경우 성장률은 1.39%까지 떨어진다고 봤다.
강 연구위원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를 확대해 경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수입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조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특정 국가로부터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역할,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내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면서 "대외환경 변화 속에서 제조업과 수출이 근간인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흔들림 없는 산업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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