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日 백색국가서 제외되는 한국, 추가조치에도 대비해야
(서울=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하루 뒤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처를 시행한다.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28일부터 발효되면 한국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일반 포괄 허가'만 받으면 되던 것에서, 앞으로는 개별 허가를 받거나 절차가 까다로운 '특별 일반 포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이미 일본이 각의에서 결정했을 때부터 예정된 것이어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우리 기업들은 일본에서 혹시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종료라는 강수를 일본에 날렸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또 그동안 한일 관계를 고려해 미루던 동해 영토수호훈련도 이틀간 강행한 바 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악화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강수에 대해 일본 측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한다. 우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신뢰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서도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대응"이라고 공격했다. 일본 측이 한국에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장 28일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일본의 추가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예상되는 카드로는 일본 내 한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나 노무관리 강화, 관세인상, 송금 규제, 비자발급 기준 강화 등이 거론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외에 새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할 수도 있다. 일본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서 새 규제가 나온다면 한일 간 대결 양상은 한층 격화할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기 위해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을 회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계 은행의 국내 여신은 지난해 9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으로 586억 달러(71조여원) 수준이다.
물론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한국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조치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만으로도 한국에 수출하는 주요 소재나 부품을 통제할 수 있는데 굳이 새 카드를 낼 필요가 있느냐는 전망이다. 새 조치든, 자의적인 수출규제 든 간에 일본이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와 청와대는 일단 매뉴얼에 따라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도 당정협의에서 일본 무역보복에 대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관련 예산을 2조원 이상 큰 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상황변화에 대비해 예비비도 증액 편성하기로 했다.
단기적인 위기관리에 성공한 뒤에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경제 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초과학 육성과 주요 소재 부품의 일본 의존 완화를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산학연 협력 등 중장기적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여야 한다. 대외적인 자존심을 세우고 목소리를 내려면 그만한 실력부터 시급히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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