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갑을관계 구조적 개선"(종합)

입력 2019-08-27 12:28
조성욱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갑을관계 구조적 개선"(종합)

"ICT 정보독점 등 문제…제재하되 과도한 개입으로 혁신성장 저해 않을 것"

"구글·애플·네이버 등 불공정행위 정밀분석 통해 시장혁신 촉진"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 등 급변하는 외부상황에 대응하고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첨단 분야는 정보독점이나 독과점 지위남용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불법 행위에는 엄정히 대응하되, 과도한 개입으로 혁신성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도 했다.

조 후보자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자신의 정책 구상 등을 밝히며 이같이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기업 집단은 그간 뛰어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지만 총수 일가가 소수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관행 등 개선할 부분은 아직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기업 집단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겠지만, 시장에서의 반칙 행위 또한 용납돼서는 안 되기에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위법행위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그간의 제도적 개선과 시장 시스템의 변화에 맞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실효성 있는 행태 교정에 주력할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서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자료공유를 통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효율적인 독립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자원의 비효율적인 사용으로 인해 대기업 자신에게도 결국 손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에는 문어발식 계열 확장 등에 따른 동반 부실화와 같은 시스템 리스크가 존재했지만, 위기를 극복한 현존하는 대기업 집단들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기에, 변화된 환경에 맞게 역점을 둘 분야 또한 달라질 필요가 있다"며 변화한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밝혔다.

갑을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개별 사건 처리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라며 구조개선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공정위에 한해 접수되는 신고·민원이 4천건 이상"이라며 "갑을관계 대책은 구조적인 문제를 완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 후보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유기적인 상생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생태계가 진화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설비산업의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 목적의 공동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사익편취 금지 관련 내부거래 기준을 명확화하는 한편, 법 적용 여부 판단을 요구하는 기업의 사전심사 청구가 들어오면 신속히 심사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변해 국제분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대기업은 전대미문의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대기업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장기적인 성장파트너로 육성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혁신성장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리스크 관리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 후보자는 공정위가 혁신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한 독과점지위 남용행위는 엄중 제재하되, 과도한 정부개입으로 시장이 왜곡되거나 혁신이 저해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서 접근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조 후보자는 온라인 플랫폼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해선 "기술혁신이 활발하고 동태적인 변화가 큰 혁신시장으로서, 이들 분야에서는 정부의 과다 개입이나 과소 개입으로 인한 혁신 저해의 위험이 공존한다"며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사 중인 구글, 애플, 네이버와 같은 ICT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도 정밀한 분석을 통해 시장혁신을 촉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이들 사건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만큼, 개별 사건의 조사와 제재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조 후보자는 덧붙였다.

그는 ICT 기업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정보독점력, 독과점 지위 이용 등이 문제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독과점 남용, 알고리즘 담합 등 새롭게 출현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분석과 법 집행을 위해 심사기준 등 경쟁법 집행 기준을 섬세하게 다듬는 작업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정위가 경쟁주창자인 만큼 다른 부처의 경쟁제한적 규제에 대해 시장구조 개선 의견을 내고 혁신성장과 관련된 규제개선 사항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공정위의 조직 쇄신과 역량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정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매우 높은 청렴도 필요하다"며 "조직쇄신 방안을 엄격하게 집행하면서 미흡한 점도 보완해 부적절한 유착 의혹 등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직 경험이 없는 그가 공정위 수장으로서 조직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조직을 운영한 경험은 없지만 경영학적인 리더십은 있다"며 피터 드러커의 경영학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드러커 경영학에서 제시된 리더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서 추진하고, 권한을 특권이 아니라 책임으로 간주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저는 목표를 설정하고 공정위 직원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그는 공직을 마치면 서울대에 복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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