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홍해 입구 아덴만에 구축함 배치…'자국 상선 보호' 명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군은 26일(현지시간) 자국 상선의 항행을 보호하기 위해 예멘 앞 홍해 입구 아덴만의 공해로 최신 구축함 '사한드' 함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이란 해군참모장 하비볼라 사이야리 소장은 이날 국영 IRNA통신에 "사한드 함과 함께 보급선 1척, 헬리콥터 모함인 하르그 함을 파견했다"라며 "오만 해와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을 운항하는 이란 상선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사한드 함은 이란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군함으로, 레이더 회피 기동이 가능하고 150일간 연속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이란 해군은 설명했다.
아울러 최신 어뢰, 대함·대공포, 함대함, 함대공 미사일을 장착했고 대잠수함 방어 시스템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이란 현지 언론들은 이번 구축함 배치가 미국이 이란의 위협을 이유로 우방과 함께 추진하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달 4일 이란 유조선 '아드리안 다르야-1'호(선명 변경 전 그레이스-1호)가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에 억류되면서 자국 상선이 주로 지나는 '오만해-홍해-수에즈운하'로 이어지는 항로에서 미군에 의한 추가 억류를 감시하려는 목적으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18일 억류에서 풀려나 귀환 중인 아드리안 다르야-1호의 호위를 위해 구축함을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군은 현재 지중해를 운항하는 이 유조선을 무인정찰기를 통해 밀착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조선에 실린 이란산 원유 210만 배럴이 해상 환적(換積·운송 중인 화물을 다른 운송수단에 옮겨 싣는 것) 등의 방법으로 몰래 거래되거나 시리아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브롤터 당국에 이 원유를 압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유럽연합(EU)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26일 "아드리안 다르야-1호에 실렸던 원유가 모두 팔렸다"라고 말했다. 구입처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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