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 325개 기업, 브렉시트 우려로 네덜란드 이전 논의
프랑스·독일 등도 감세·보조금 내세워 유치전 나서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영국을 유럽 시장의 거점으로 삼았던 기업들이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자 네덜란드로 조직을 이전하는 방안을 네덜란드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이 브렉시트 시한인 10월 31일까지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하고 EU를 탈퇴하게 되면 당장 세관 통관 문제부터 크게 달라지는 터라 영국 내 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네덜란드 투자청은 이미 유럽 본사를 네덜란드로 옮기기로 한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를 포함해 100여개 기업과 이전 문제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디스커버리 TV 채널 등 미디어들도 런던에서 일하던 인력의 일부를 암스테르담으로 보내고 있다.
더 타임스는 네덜란드와 협의 중인 기업이 325개에 이른다고 전했다.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브렉시트를 비즈니스 기회로 여기지는 않는다"고 말했지만, 투자청은 (기업들의)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투자청은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점 커지면서 기업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유럽 의약청(EMA)과 유럽 은행감독청(EBA)이 본부를 런던에서 각각 암스테르담, 파리로 옮겼다.
국민투표 이후 은행들은 9천억 파운드(1천344조원)의 자산을 영국 밖으로 옮겼지만,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큰 유출은 아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인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 후 줄곧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10월 31일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자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예룬 네일란트 네덜란드 투자청장은 "경험상 브렉시트 합의 가능성이 작아지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질수록 우리와 접촉하려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안정적인 정치 환경과 위치, 영어 사용 인구 비율 등으로 인해 외국 기업들 사이에 런던을 대체할 수 있는 도시로 관심을 끌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올 1월까지 네덜란드 투자청은 영국 내 기업으로부터 3억 파운드의 투자와 2천500개의 일자리를 유치했다.
투자 기업이 늘고 있지만 네일란트 청장은 "브렉시트가 네덜란드에는 나쁜 뉴스"라며 "영국은 가까운 교역 상대인데, 경제적으로만 따졌을 때 브렉시트는 네덜란드 경제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네덜란드가 이처럼 '표정 관리'를 하는 사이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등도 영국을 떠나려는 기업들을 잡으려고 애쓰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달 보조금 지급, 감세, 대출 조건 완화 등을 내걸고 게임 개발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1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영국에 대규모 사업 조직을 둔 기업 대표 140여명을 초청해 투자 관련 행사를 열기도 했다.
네덜란드도 새로 들어오는 근로자에게 8년 동안 30%에 이르는 소득세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감세 카드를 제시했다.
글로벌 회계기업 EY에 따르면 41%에 이르는 영국 금융 업체들이 더블린이나 파리,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등 다른 EU 도시로 회사를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전 계획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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