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규제시 '위험품목' 반도체소재·기계장비…대일수입액 8% 차지

입력 2019-08-26 14:00
수정 2019-08-26 15:26
日규제시 '위험품목' 반도체소재·기계장비…대일수입액 8% 차지

산업연구원 정책 세미나…"日기업 신뢰붕괴→日산업 기반 약화"

중소기업, 기계·조선 '日대체불가' 우려…"대체재 발굴·재고비용 부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 대체가 어렵거나 대체하더라도 현장 적용까지 시간이 걸리는 품목은 전체 대(對) 일본 수입액의 약 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이 28일부터 한국에 대해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국내 수요기업은 대일 중간재 수입이 끊길 경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의 신뢰성 상실로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일본 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붕괴하면 오히려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국 산업의 기반을 약화하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2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한국 소재·부품산업의 대응'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무역통계를 활용해 정량적으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장비, 일반기계 및 부품, 정밀화학 등이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위험품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위험품목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단기간 대체하기 힘든 품목'(S1)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부 대체할 수 있지만 현장 적용까지 시간이 걸려 당분간 영향이 불가피한 품목'(S2)을 말한다.

이들 품목의 지난해 대일 수입액은 43억달러로 대일 총수입액의 약 8%를 차지했다.

1차 수출규제 대상이었던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S1에 들어가지만, 무역통계의 한계상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S1과 S2 모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실장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특정 소재·장비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와 같은 IT 부품산업 생산이 영향을 받고, 기계장비 핵심 부품 역시 공급이 제대로 안 될 경우 공작기계, 로봇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컴퓨터, 가전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비중이 높은 전기·전자산업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 실장은 "수출규제에 따른 전략물자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일차적으로 중간재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차적으로 그 중간재가 투입되는 최종 수요산업 생산에 영향이 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간 일본 소재에 대한 의존성으로 소외당하던 국내 소재업체는 이번 수출 규제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예컨대 현재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중소업체 A사의 경우 설비를 증설하고 수요기업과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포토 레지스트를 생산하는 B사는 극자외선(EUV)용 레지스트 초기 개발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은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해 기업과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재정, 세제, 금융, 규제 완화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면밀한 가치사슬 분석에 따른 투자 및 정책 지원으로 자원 배분의 전략성과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단기간 대체가 쉽지 않고 현재까지 무역수지 적자를 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품목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주요 첨단제품과 소재부품 1천200개 중 일본이 공급하는 품목 수는 894개이다. 이들 품목 중 30% 이상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조 본부장은 "일본이 공급하는 소재부품이나 장비 등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최후방에 존재해 공급 단절을 시행하는 경우 전방에 있는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며 "글로벌가치사슬(GVC)로 연계된 모든 산업은 일방이 공급 단절을 시도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수요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일본 역시 수출규제 조치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조 본부장은 "일본의 조치는 일본 기업의 신뢰를 붕괴하고 세계 전체 GVC를 위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업의 신뢰성 상실로 거래처 다변화가 이뤄지고 일본기업의 독과점 체제가 무너지면 일본 산업의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기업에 대한 신뢰 붕괴는 한국 거래기업뿐만 아니라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기업에도 거래처 다변화를 추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는 "급변하는 산업통상 환경과 GVC에 적합한 산업 발전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스마트제조를 통해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변화되는 가치사슬 아래서 전반을 관장하는 국내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자동차 산업을 통해 본 수입대체 전력의 시사점' 발표를 통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은 산업 발전 단계에서부터 부품의 국산화 정책을 꾸준히 수행해오고 있다"며 "대일 수입부품의 경우 모기업의 조달정책 등 경영상 요인으로만 일부 이뤄지고 있어 의존도가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호무역주의 확장으로 기존 교역구조가 변화되고 GVC 상에서 위험이 커지면서 공급망 다변화나 소재부품 국산화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 단계부터 수요처인 대기업이 참여하고 생산된 제품을 수요 기업이 안정적으로 사는 수요 기업 지향형 분업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박재성 혁신성장연구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중소기업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로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 업종은 이차전지가 38.2%가 가장 높았고 반도체 13.7%, 기계 12.3%, 휴대전화·통신장비 7.8%, 석유화학 6% 등이 뒤를 이었다.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은 '영향을 받는다'는 답변이 5% 미만으로 낮았는데 이는 수요기업의 정책 변동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일본산을 대체할 수 없다는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온 업종은 기계·조선이었고 반도체는 '낮은 품질의 대체'부터 '대체 불가'까지 인식 차가 컸다.

자동차, 조선은 3개월 이내, 휴대전화·통신장비는 6개월 이내, 철강은 최소 1년 이내의 대체재 확보 기간이 걸렸다.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석유화학은 대체 소요시간이 최소 1∼2년이라고 답했다.

주요 애로 요인으로는 대체재 확보, 생산비용 증가, 재고 비용 부담, 수출규제에 따른 명확한 대응 방안 수립 애로 등을 꼽았다.

박 본부장은 "대체품의 거래정보 제공 및 거래 지원, 신속한 수입허가, 통관지연 해소 등으로 생산 애로를 최소화하고 국산 대체재를 개발하기 위한 생산·기술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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