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참여 여성 "경찰서에서 알몸 수색 강요당해"

입력 2019-08-25 20:49
홍콩 시위 참여 여성 "경찰서에서 알몸 수색 강요당해"

28일 경찰 성추행 규탄 '송환법 반대 미투 집회' 개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한 여성이 경찰로부터 성추행으로 여겨지는 수치스러운 알몸 수색을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25일 홍콩 입장신문에 따르면 피해 여성 A 씨와 야당 의원, 변호인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후 그가 경찰에게서 겪은 부당한 대우를 소상히 밝혔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기자회견에 참석한 A 씨에 따르면 그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어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이후 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경찰서로 이송되자마자 여경 2명이 A 씨에게 한 방으로 들어갈 것을 요구하더니 옷을 전부 벗도록 요구했다.

그가 옷을 모두 벗은 후 두 손으로 몸을 가리자 경찰이 펜으로 허벅지를 때리면서 손을 내리라고 했다고 한다.

특히 알몸 수색을 받은 후 방을 나올 때 문 앞에 십여 명의 남자 경찰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고 A 씨는 밝혔다.

그의 변호인은 "A 씨가 마약 복용 혐의로 체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약 소지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옷을 벗을 필요가 없었다"며 "이는 A 씨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성추행이자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을 비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으며, 한국의 '부천 성고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천 성고문 사건은 서울대 의류학과에 다니다가 1986년 경기 부천시의 의류공장에 위장 취업했던 권인숙 씨가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성고문을 당한 일로, 1987년 민주화 운동을 촉발한 사건 중 하나였다.

홍콩 인권단체와 여성단체들은 최근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한 여성 시위 참여자의 속옷이 노출되는 등 성추행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28일 저녁 7시 30분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송환법 반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집회'를 열고 이를 규탄하기로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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