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판테온 옆에 알루미늄 굴뚝이?…맥도날드, 경관 훼손 논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공격적으로 체인점을 확장하고 있는 미국계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가 로마의 경관을 해치는 행위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1천900년 역사의 유서 깊은 판테온(Pantheon)에서 불과 수 미터 떨어진 한 건물 옥상에 최근 난데없이 알루미늄 굴뚝이 설치됐다.
이 굴뚝은 3층짜리 해당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450㎡(약 136평) 규모로 또 하나의 체인점 개설을 준비하는 맥도날드 측이 세운 것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역사적인 건축물이 즐비한 해당 지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굴뚝 디자인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알루미늄 굴뚝이 고대와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주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볼품없는 철제 굴뚝이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망치고 있다. 당국은 당장 굴뚝을 철거해야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로마의 인허가 당국은 애초 맥도날드 측에 건물에 설치된 전통 방식의 기존 굴뚝을 사용하라고 강제했지만, 맥도날드는 연기가 더 빠르게 퍼져나가게 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며 그 위로 알루미늄 굴뚝을 추가 설치했다고 한다.
맥도날드는 현재 인테리어 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영업 허가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에 관광객을 비롯한 유동 인구가 상당해 이 체인점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당국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해 영업 허가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어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맥도날드는 앞서 로마의 고대 유적인 카라칼라 욕장 인근에 800㎡(약 242평) 규모의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체인점을 건립하려다가 로마 당국의 반대로 계획을 접은 바 있다.
맥도널드 체인점이 카라칼라 욕장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강한 반대 여론이 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파스타와 피자 등을 지구촌 메뉴로 정착시킨 이탈리아는 음식 문화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자부심이 강한 나라로 손꼽힌다.
1986년 로마 한복판에 있는 스페인광장에 맥도날드 1호점 개점을 놓고 전 국가적인 논쟁이 인 것은 유명한 사례다.
격론 끝에 개점 승인이 떨어지자 이탈리아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한 모욕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017년 전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 맥도날드 체인점이 개장할 때엔 추기경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관광객 증가 추세에 맞춰 체인점 수도 매년 꾸준히 늘어 작년 현재 578개가 영업 중이다. 이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프랑스·영국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것이다. 로마 내에도 40개 이상의 맥도날드 체인점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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