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산불부터 가뭄까지…중남미 곳곳 '기후변화의 역습'
아마존·볼리비아 대형산불 비상…칠레는 수십 년 만에 최악 가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중남미 곳곳의 자연이 재해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환경은 물론 인간까지 위협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연 자원 의존도가 큰 중남미 지역에서 그 여파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태우는 산불은 24일(현지시간)에도 조금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22∼23일 이틀 동안에만 1천663건의 화재가 새로 발생했다고 AFP통신이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를 인용해 전했다.
이날 이웃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아마존 산불의 연기가 아르헨티나 상공까지 뒤덮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산불은 대책을 촉구하는 유럽 각국과 이를 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간의 외교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브라질과 이웃한 볼리비아도 대형 산불로 비상이 걸렸다.
동부 산타크루스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미 9천539㎢를 삼켰다. 서울 면적의 15배가 넘는다.
볼리비아 정부는 소방 항공기까지 공수해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산불은 모두 열대우림 파괴와 무분별한 농지 개발로 인해 발생한 '인재'(人災)의 성격을 띄고 있지만, 기후변화 역시 영향을 미쳤다.
올해가 역대 가장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정도로 지구촌 기온이 치솟고 강수량이 줄면서 화재를 키우고 진화를 어렵게 했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기가 됐다.
칠레는 수십 년 만의 최악 수준인 가뭄을 겪고 있다.
안토니오 워커 칠레 농업장관은 "이번 주가 지난 60년 동안 가장 건조한 기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칠레 정부는 수도 산티아고를 비롯해 가뭄이 특히 심각한 중부 지역에 농업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가뭄이 길어지면 농업은 물론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칠레의 핵심 구리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금이 겨울인 남반구 칠레에선 알프스 산맥 고지대에 적설량이 줄어 올 겨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제설기에 의지해 스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멕시코에서도 가뭄과 기온 상승으로 열대우림의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중남미 곳곳이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