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악순환'…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어떻게 전개돼왔나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시작해 통신장비·환율 문제로 전선 확대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미국과 중국이 23일(현지시간) 추가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무역전쟁의 포연이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작년 3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이후 1년 반 동안 미국과 중국은 보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년도 철강·알루미늄 무역 적자가 5천660억 달러 규모에 이르고 이 가운데 3천750억 달러 적자가 중국 때문이라면서 관세폭탄으로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2주 뒤인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국가에는 관세 적용을 유예하면서도 중국은 그대로 남겨두자 중국도 반격에 나섰다. 중국은 협상이 실패하면 128개 미국산 제품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서로 한 차례 관세폭탄을 주고받은 양국은 약 2개월 후인 5월 19일 중국이 무역 흑자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하고 미국이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갈등을 풀어나갈 것처럼 보였다.
이후 몇 주 동안 중국은 관세를 일부 낮추고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등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봉합될 듯했던 미·중 무역전쟁은 그러나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7월 6일 미국이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중국은 농산물·자동차 등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양측은 재차 협상에 나섰으나 미국은 테이블을 차린 지 하루 뒤인 8월 23일 다시 칼을 빼 들었다. 중국산 제품에 추가로 16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미국산 제품에 같은 규모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
난타전을 벌이던 양측은 12월 1일 휴전 태세로 들어간다. 미국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이듬해 1월 1일부터 10% 관세를 25%로 올리기로 했던 것을 석 달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사겠다며 미국산 차와 자동차부품 등에 부과하려던 추가 관세를 유예했다. 미국산 쌀 수입도 허용했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양측의 갈등은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올해 5월 10일 다시 떠오르면서 더 격렬해졌다.
'휴전'을 끝낸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2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 기업이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전선을 무역외 분야로 확대했다.
이달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고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수출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면서 내달 1일부터 3천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이미 통신장비로 확대됐던 무역전쟁은 이달 5일 중국이 역내 외환시장에서 11년만에 처음으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를 사실상 묵인하면서 환율 전쟁으로까지 치달았다.
미국은 중국이 관세를 상쇄하려고 위안화 가치를 일부러 떨어뜨려 환율을 조작했다고 비판했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했다.
중국은 이달 23일, 미국의 관세 부과 계획에 맞서 7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에 5∼10%의 관세를 내달 1일과 12월 1일로 나눠서 새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히며 재차 보복에 나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대응했다. 트위터를 통해 미국 기업들에 중국산 대체재를 찾도록 지시했다면서 2천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리고 또 다른 3천억 달러 규모 상품에는 15% 관세를 적용하겠다면서 전쟁 수위를 한층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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