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홍콩 10개 대학·100개 중고교 학생들 수업거부

입력 2019-08-23 13:37
"송환법 반대" 홍콩 10개 대학·100개 중고교 학생들 수업거부

'발트의 길' 본뜬 45㎞ 인간 띠로 '홍콩의 길' 만들기로

주홍콩 캐나다 영사관은 직원들에 '중국행 금지령'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홍콩 내 10개 대학과 100여 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음 달부터 수업 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다음 달 홍콩 내 대학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가운데 8개 공립대학과 2개 사립대학 학생 대표들이 내달 2일부터 수업 거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100여 개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다음 달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 대신 송환법 반대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다음 달 13일까지 홍콩 정부가 5가지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행동 수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대 학생회의 케네스 다빈 학생회장 대행은 "정부가 우리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기한 수업 거부 등으로 행동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면 먼저 5가지 요구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다음 달 2일 중문대에서, 13일에는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날에도 주최 측 추산 2천∼3천여 명의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서 송환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케빈 융 홍콩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은 정치적 혼란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며 "어떠한 형태의 수업 거부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이날 밤 '발트의 길' 시위를 본뜬 '홍콩의 길' 시위를 펼쳐 39개 지하철역을 잇는 총 45㎞의 인간 띠를 만들 예정이다.

1989년 8월 23일 총인구가 약 700만 명에 불과한 발트해 연안 3국 주민 중 약 200만 명은 소련에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넘겨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독소불가침조약) 50주년 기념일을 맞아 '발트의 길'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전 세계에 소련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기 위해 이 시위에서 사상 최대 기록인 총연장 600㎞의 인간 띠를 만들었다.



한편, 이날 홍콩노조연맹은 캐세이드래곤항공의 노조위원장인 레베카 시가 회사 측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이를 '백색테러'라고 비난했다.

캐세이드래곤항공의 모회사인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직원들이 송환법 반대 시위와 지난 5일 총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민항국은 총파업 며칠 후 캐세이퍼시픽 측에 불법 시위에 참여하거나 지지한 직원이 중국행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중국 영공을 지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지금까지 루퍼트 호그 CEO와 폴 루 카푸이 최고고객서비스책임자(CCO)를 비롯해 조종사 4명, 직원 2명 등이 회사를 떠났다.

캐세이퍼시픽 조종사이자 야당 공민당 소속 입법회 의원인 제레미 탐(譚文豪)도 최근 퇴사 의사를 밝혔다.

이 밖에 홍콩공항공사 직원 2명이 해고되고 홍콩항공 직원 1명이 쫓겨나는 등 지금껏 송환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홍콩 항공업계를 떠난 사람이 10명을 넘어섰다고 SCMP는 전했다.

그런 가운데 주홍콩 캐나다 영사관은 이날 직원들의 중국 방문을 중단시켰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조치는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직원인 사이먼 정이 지난 8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도시 선전(深천<土+川>)의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던 길에 중국 당국에 구금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사이먼 정이 치안관리처벌법 위반으로 15일의 행정구류에 처했다고 밝혔으며,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공안 당국이 사이먼 정을 구금한 이유가 성매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국과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미국의 요청에 따라 밴쿠버 공항에서 캐나다 당국에 체포된 후 갈등을 겪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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