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인권운동가, 망명 신청자 입국 돕다 벌금형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스위스 입국이 거부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망명 신청자를 다시 입국시키려던 인권 운동가가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고 현지 뉴스 통신사 키스톤-SDA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구호 단체 '국경 없는 연대'(Solidarite sans frontiers)의 안니 란츠(73) 전 대표는 스위스 당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하고 이탈리아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망명 신청자가 재입국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검찰은 란츠가 망명 신청자를 스위스로 데리고 오는 대신 이탈리아에서 도왔어야 했다며 현행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브리크 지방법원은 지난해 12월 란츠에 대해 800스위스프랑(약 99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란츠는 이탈리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찾지 못했으며 해당 망명 신청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여러 차례 했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항변했다.
특히 자신은 순수하고 이타적인 동기에서 아프가니스탄인을 도왔다면서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모든 위법 행위는 처벌받아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란츠는 변호인과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키스톤-SDA는 란츠처럼 외국인을 도우려다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에는 토고의 망명 신청자를 돕던 신부가, 2017년에는 이주민들을 스위스에 불법 입국시킨 티치노 주의 한 정치인이 각각 1천 스위스프랑(약 123만원)과 8천800스위스프랑(약 1천84만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스위스는 지난 2008년부터 이타적 목적이라도 불법 이주민을 돕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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