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이란 유조선 돕지 않을 것…美와의 관계 고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리스 정부가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방면된 이란 선적 유조선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밀티아디스 바르비치오티스 그리스 외교부 차관은 이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이런 정부 공식 입장을 언급했다.
바르비치오티스 차관은 미국 정부로부터 이란 유조선에 어떤 지원도 제공하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시인하고 이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물리적으로 330m 길이의 대형 유조선이 정박할 항구가 그리스에는 없으며, (유조선에 실린) 1억3천만달러(약 1천574억원) 상당의 경질 원유를 받아 EU 내에서 정제하는 것도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앞서 지브롤터 당국은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이 시리아로 원유 210만 배럴을 운반하려 했다며 유럽연합(EU) 제재 위반을 들어 지난달 4일 해당 유조선을 억류했다가 한 달 보름 만인 이달 18일 풀어줬다.
지브롤터 당국은 당시 미국 정부가 발부한 원유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거부했다.
지브롤터에서 출항할 당시 선명을 '아드리안 다르야-1'로 바꾼 이 유조선은 행선지를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정보업체 마린 트래픽에 따르면 유조선은 현재 알제리 부근을 항해 중이며, 이달 26일께 칼라마타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까지 이란 유조선의 행선지 정보나 칼라마타항 정박 관련 요청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바르비치오티스 차관은 "우리는 시리아까지 가는 이 유조선의 항해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의사를 매우 분명히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러한 경고에도 유조선이 그리스 수역에 진입하거나 연안에 정박할 가능성에 대해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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