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떠나는 日 다카시마야 백화점…상하이서 '눈물의 떨이 세일'

입력 2019-08-22 12:17
수정 2019-08-22 13:31
中 떠나는 日 다카시마야 백화점…상하이서 '눈물의 떨이 세일'

까르푸·롯데·이마트·아마존 이어 다카시마야도 철수 대열에

"中 소비구조 변화·경쟁 가중 못 이겨내"…中 소비침체도 원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2일 중국 상하이의 구베이(古北) 지역에 자리 잡은 일본 백화점 다카시마야(高島屋)에서는 25일 폐점일을 앞두고 '떨이 세일'이 한창이었다.

1∼2층의 일부 여성 의류 브랜드는 최대 80% 할인을 뜻하는 '얼저(2折)'라는 안내판을 붙였고, 4층 완구 코너에서는 좀처럼 할인을 하지 않는 장난감 레고도 30% 할인돼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많은 물건이 팔리고 재고가 새로 차지 않아 각층의 매대 곳곳이 비어 있었다.

완구 코너의 직원은 "늦게 오셨다"며 "문을 닫기 전 마지막 할인 판매를 한다는 소식에 최근에만 손님이 바짝 늘어 남은 물건이 별로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일본의 대표적 백화점 업체인 다카시마야가 중국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던 상하이점이 25일 문을 닫는다. 이후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의 이마트와 롯데마트, 프랑스 까르푸, 미국 아마존 등에 이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외국 유통 기업의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된 것이다.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정문 앞에 붙인 공고문에서 "당초 예상하지 못했던 소비 구조의 변화 직면, 업계 경쟁 가중, 점포 매출 약화 등으로 점포를 계속 운영해나가기에 극도로 곤란하게 되었다"며 폐업 이유를 밝혔다.

1931년 교토에서 설립된 다카시마야는 2012년 12월 상하이점을 열면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상하이점은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와 더불어 다카시마야가 운영하는 4개의 해외 백화점 중 하나였다.

그러나 해외 점포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은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줄곧 적자를 내면서 '골칫덩이' 사업장으로 전락했다.

니혼게이자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재무연도(2018년 3월∼2019년 2월)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의 매출은 32억엔으로 전년보다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9억엔을 기록하면서 7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카시마야의 실패 원인은 중국의 전반적인 소비 둔화 기류와 유통 구조 대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양대 라이벌인 알리바바와 징둥닷컴이 주도하는 전자 상거래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백화점과 할인마트 같은 전통적인 유통 업체들이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경기 둔화 추세 속에서도 올해 2분기 작년 동기보다 42% 증가한 1천149억2천만 위안(약 19조7천37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알리바바가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신유통' 채널인 허마셴성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고, 징둥닷컴 역시 오프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중국의 소비문화는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다.



아울러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속에서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백화점 중심의 고급 유통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외국 유통업체들의 퇴출 때마다 거론되는 '현지화 실패' 문제도 지적된다.

다카시마야 상하이점은 패션·잡화 코너에서부터 식품 매장에 이르기까지 마치 일본에 있는 착각을 줄 정도로 일본 현지 백화점처럼 꾸며 놓았는데 업계에서는 장기적인 시장 안착을 위한 현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다카시마야 백화점을 가보면 장사가 잘 안되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며 "중국 현지 백화점들이 몰 형태로 빠르게 진화하는 동안 익숙한 과거 영업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카시마야의 중국 사업 포기로 '중국은 유통업계의 무덤'이라는 속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세계의 여러 유통업체가 거대한 중국 시장에 도전했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

지역마다 다른 소비자들의 특성, 국제관계 변수에 따라 흔들리는 정치적 리스크, 정보통신(IT) 기술로 무장한 강력한 중국 토종 유통업체들의 존재 등이 외국 유통업체들이 고전하는 이유로 거론되곤 한다.

한국의 이마트는 2017년 현지 업체에 영업권을 모두 팔고 중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의 불매 운동 '표적'이 됐던 롯데는 마트 사업 부문을 완전히 매각했고 현재는 청두(成都) 등지에서 일부 백화점만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지난 7월 온라인 사업을 중단했다.

또 1995년 서양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해 중국에서 200여개 매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까르푸도 지난 5월 중국 가전 유통 업체 쑤닝에 중국 사업 지분 80%를 6억2천만 유로(약 8천200억원)의 가격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손을 뗐다.

중국 인터넷 매체 36Kr은 "까르푸와 다카시마야가 처한 상황은 결코 개별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더욱 강한 혁신 의식과 기업가 정신을 가진 본토 기업들과 경쟁에서 외국 기업들은 대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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