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합리화한 트럼프 "나는 선택받은 사람"

입력 2019-08-22 11:04
미·중 무역전쟁 합리화한 트럼프 "나는 선택받은 사람"

CNN "트럼프의 농담은 그가 믿는 진실로 가득 차 있어"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 '신의 재림'으로 칭찬하는 글 트위터 올리기도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낳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옹호하면서 자신을 '선택받은 사람'(the Chosen One)이라고 자처했다.

그가 스스로 점화한 무역전쟁을 하늘이 부여한 소임으로 여기고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지나친 '자기애'의 발로이자 예수 그리스도를 구세주로 보는 기독교인에게는 불쾌한 발언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제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대해 문답하는 도중에 나왔다.

그는 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자 얼굴을 옆으로 돌려 하늘을 쳐다보면서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내 무역전쟁이 아니다. 많은 다른 대통령들이 오래전에 해야 했을 무역전쟁"이라며 "누군가가 해야 한다.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을 내가 떠맡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위대한 일을 하도록 사람들에 의해 이곳에 배치됐고, 그리고 그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무역으로 중국을 상대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알고 있느냐? 우리는 이기고 있다"라며 무역전쟁 성과를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역대 대통령들이 불공평한 대(對)중국 무역 문제를 다뤄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그것을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라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CNN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스스로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지칭한 것에 대해 "그는 표면적으로는 농담하고 있었지만, 늘 그랬듯이 그의 농담은 그가 믿는 많은 진실로 가득 차 있다"며 "그는 정말로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믿는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특별하고 독특하다고 믿으며, 특히 역사의 위대한 인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이 방송은 진단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낫다는 말을 여러 차례 내뱉은 바 있다.

2017년 7월 오하이오주(州) 영스타운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 연설에서 그는 "오늘 밤 여기서 일하는 것보다 대통령 노릇을 하기가 훨씬 쉽다. 정말이다"라면서 "위대한 고(故) 에이브러햄 링컨을 제외하면 백악관 집무실을 장악한 어느 대통령보다 더 대통령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연방판사 임명과 관련해선 자신을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 대통령에 견주기도 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 명'을 제외한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더 많은 판사를 임명할 것"이라며 "그 한 명이 누군지 아느냐? 퍼센트(%)로 말하면 조지 워싱턴"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기독교 신학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받은 자'이자 구세주로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일부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불쾌하게 여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의 라디오 진행자이자 음모 이론가인 웨인 A. 루트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King of Israel), '신의 재림'(second coming of God)으로 보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트위터에 루트가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마치 이스라엘의 왕인 것처럼, 마치 신의 재림인 것처럼 사랑한다"고 말했다면서 "루트, 아주 좋은 말을 해줘서 고맙다"라고 적었다.

전날에는 백악관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회담 도중 "민주당에 표를 주는 유대인은, 내 생각에 지식이라고는 전무하거나 엄청난 불충을 하는 것"이라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친(親) 이스라엘 단체인 J스트리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역겹다"고 평했고, 다른 유대인 단체는 "유대인이 자신에게 충실했으면 해서 한 발언이라면 그는 현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내 유대인들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유대인의 79%가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는 게 '퓨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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