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지지자 겨냥 흉기난동범은 中본토인 상대 여행가이드
평소 시위대에 적개심…잇단 '백색테러'에 홍콩사회 불안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0일 홍콩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의 범인은 중국 본토인을 상대하는 여행 가이드로, 평소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개심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전날 정관오 지역의 보행자 터널에서 일어난 흉기 난동 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 터널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를 지지하는 메시지가 곳곳에 붙어있었는데, 전날 새벽 한 중년 남성이 터널에 있던 사람들에게 시위에 관한 의견을 묻더니 '더는 못 참겠다'면서 흉기를 꺼내 여성 2명과 남성 1명을 찔렀다.
피해 여성 중 1명은 26세의 홍콩 일간지 '신보' 기자로 어깨와 등, 손을 찔려 중태에 빠졌다.
사건 이후 홍콩 언론인 300여 명은 이 사건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가해 남성은 홍콩에 인접한 중국 도시인 선전(深천<土+川>)으로 도피했다가 전날 오후 홍콩으로 돌아오던 중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중국 본토에서 오는 관광객 대상의 여행 가이드로, 평소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개심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친구들과 모바일 채팅을 하다가 "폭도들을 때리고 싶다", "총이 필요하다"는 등의 발언을 수차례 했으며, 최근에는 업계 동료들과 함께 경찰 지지 활동도 벌였다.
SCMP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이 남성의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시위가 반중국 시위 성격을 띠면서 최근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오는 관광객 수가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백색테러'가 잇따라 홍콩 사회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서는 흰옷을 입은 100여 명의 남성이 각목 등으로 시위대와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쳤고, 지난 5일 저녁에도 노스포인트 지역에서 흰옷 차림의 10여 명이 시위대를 각목 등으로 마구 구타했다.
또 지난 18일에는 사틴 지역의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 룽캄싱이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각목으로 구타당해 크게 다쳤다. 이들은 룽캄싱의 머리에 흰색 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이날은 170만 명의 시민이 참여해 평화 시위를 벌였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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