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운행 지연에 격분' 오스트리아 관광객이 伊 기관사 폭행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관행이 된 열차의 도착 지연에 분노한 오스트리아 관광객이 기관차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전날 이탈리아 서부 해안의 리보르노와 밀라노 사이를 운행하는 '인터시티' 열차가 운행 중 잇따라 고장을 일으켜 승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당일 오전 6시 52분 리보르노를 떠난 열차가 고장을 일으켜 멈춰서자 회사 측은 서둘러 다른 차량을 불러 승객들을 옮겨 태웠다. 하지만 이 열차마저 기관 문제로 운행이 중단돼 승객들을 당혹게 했다.
또다시 다른 차량을 긴급 호출해 운행이 재개되긴 했으나 도착 시각이 하염없이 지연되자 이에 분노한 한 오스트리아 관광객이 기관실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가족을 동반한 이 관광객은 갑자기 비상 브레이크를 잡아당겨 열차를 멈춰 세우더니 기관사를 때리고 심지어 침까지 뱉었다고 한다.
기관사가 즉시 경찰을 불러 사태는 수습됐지만, 후속 열차 운행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휴가철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총 세 차례나 레일 위에 멈춰선 해당 열차는 리보르노를 떠난 지 8시간 만인 오후 2시 51분에서야 밀라노에 도착했다. 예정된 도착 시각보다 무려 4시간이나 더 걸린 것이다.
문제를 일으킨 오스트리아 관광객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열차는 노후한 차량과 관리 부실, 행정 미비 등으로 '사고뭉치'로 낙인찍힌 지 오래다.
여름철 에어컨이 고장 나 탑승객들이 열차 내 가마솥 같은 실내 온도 속에 여행하거나 전산 오류에 의한 예약 실수로 불편을 끼치는 등 각종 사고가 잦다.
지난 16일에는 승무원 부족이라는 웃지 못할 이유로 23편의 열차 운행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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