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놓고 트럼프와 진흙탕싸움 한 美워런, 원주민에 공개사과
원주민 혈통 자처에 트럼프가 "포카혼타스" 조롱하자 DNA 결과 공개하며 공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원주민 혈통이라고 주장하며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각을 세웠던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이 원주민들에게 공개 사과했다.
워런 의원은 19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수시티에서 열린 원주민 지도자들과의 행사에서 "정직하고 싶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안다"면서 "내가 끼친 피해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워런 의원이 거론한 잘못은 원주민 혈통임을 자처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다가 지난해 유전자(DNA) 검사 결과까지 공개했던 일을 가리키는 것이다.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하던 워런 의원이 2016년 대선 당시 선대에 원주민이 있다며 '5% 원주민 혈통'을 자처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199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주인공 '포카혼타스'를 끌어와 워런 의원을 번번이 조롱했고 발끈한 워런 의원은 6∼10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원주민이 있다는 DNA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미 언론에서 원주민 혈통을 자처한 워런 의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원주민들 사이에서도 원주민 정체성은 그런 식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워런 의원은 이후 체로키 원주민들에게 개인적으로 사과하는 등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날 공개 사과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원주민 논란'에 매듭을 짓고 원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워런 의원이 최근 원주민 지원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으며 이날 행사에서 워런 의원의 혈통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민주당에서 20여명의 대선주자가 난립하는 가운데 워런 의원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과 함께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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