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억류한 이란 유조선 45일만에 풀려나…이란, 美에 경고(종합2보)
영국령 지브롤터에 억류된 이란 유조선 개명 뒤 출항
지브롤터, 美 압류영장 발부에도 석방 강행…"이란 제재, EU선 적용 안 돼"
(테헤란·서울=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김형우 기자 = 영국령 지브롤터 당국이 유럽연합(EU)의 제재 위반을 이유로 지난달 4일(현지시간) 억류했던 이란 유조선이 18일 풀려났다고 이란 정부가 확인했다.
억류 45일 만에 방면된 이란 유조선은 선명을 '그레이스-1'호에서 '아드리안 다르야-1'호로 바꾸고 이날 오후 11시께 이란 국기를 달고 그리스를 향해 출항했다.
선박 정보업체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아드리안 다르야-1호는 현재 그리스 남부 칼라마타를 목적지로 등록했다.
지브롤터 당국은 방면 결정 직전 미국 법무부가 이 유조선에 실린 210만 배럴의 원유에 대해 발부한 압수영장 집행을 거부했다.
지브롤터 행정청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가 EU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란은 선박에 실린 원유가 시리아로 향하지 않는다고 확인했으며 이에 지브롤터 정부는 지난주 해당 선박의 석방을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법원이 연방 검찰의 요구에 따라 압수영장을 발부해 재차 압류를 추진하고, 선원들까지 교체되면서 출항이 지연됐다.
미국 정부는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로 원유를 불법 반출하는데 이 유조선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이런 제재 시도에 대해 19일 "이란 정부는 공식 경로를 통해 미국 정부에 '이란 유조선을 또 억류하는 실수를 저지른다면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라고 밝혔다.
이란은 지브롤터 당국이 미국에 사주받아 유조선을 억류했다고 의심한다.
선명을 바꾼 데 대해 이란 정부는 그레이스-1호가 선적을 등록한 파나마가 억류 사건 뒤 더는 이를 유지할 수 없다고 통보해 선적을 이란으로 변경한 데 따른 합법적 조처라고 설명했다.
지브롤터 경찰과 세관 당국은 지난달 4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지중해의 관문인 지브롤터 남쪽 4㎞ 해상에서 전장 330m의 유조선을 억류했다.
영국 정부는 이 유조선이 시리아로 원유를 운반하려 했기 때문에 EU의 대시리아 제재를 위반했다고 했지만, 이란 정부는 유조선의 목적지가 시리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드리안 다리야 1호의 출항이 이란이 지난달 걸프해역의 입구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 해양 규정 위반으로 나포했던 영국 국적의 유조선 스테나 임페로호 석방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두 유조선을 정치적 이유로 맞교환하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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