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톈안먼' 언급하며 대만에 무기판매…미중갈등 재격화 조짐

입력 2019-08-19 11:46
수정 2019-08-19 14:41
美, '톈안먼' 언급하며 대만에 무기판매…미중갈등 재격화 조짐

美 홍콩·대만 '관여'에 中 '내정간섭' 반발…무역협상 전망 흐려져

中, '장기전' 채비…시진핑 "새 대장정의 길 나서자" 내부결속 호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내정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홍콩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최근 미국이 강하게 '관여'의 뜻을 내비치면서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무역에서부터 외교·안보·국방·기술·인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이 한층 격화하면서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무역 협상의 동력이 다시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관측도 고개를 든다.

◇ 달라진 트럼프…중국의 홍콩 무력개입 '사전경고'



우선 홍콩 위기 상황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눈길을 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 진압한다면 양국 간 무역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그들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다시 말해 그것이 또 다른 톈안먼 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위기 상황과 관련해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무력 진압 사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에 강력하고 직접적인 경고음을 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껏 그가 홍콩 위기 상황과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눈에 띄는 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은 지난 6월 이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반중(反中) 시위로 확산한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외교부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에서 "미국은 검은 손을 거두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할 정도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톈안먼 무력 진압의 아픈 역사까지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중국이 더욱 강력히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대만 무장강화 돕는 美…中 "모든 결과 美책임"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미국이 대만에 최신형 F-16 전투기인 F-16V 66대를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큰 틀에서 봤을 때 미중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1979년 단교 이후 미국은 대만의 안보를 지원하는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대만이 필수적인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무기를 수출해왔다.

중국은 미국이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이 '반란군'에게 뒤에서 무기를 대어 주는 것과 같은 심각하고 적대적인 내정 간섭이라고 여긴다.

과거에도 미국이 대만에 대량 무기 수출을 한 경우 미중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곤 했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에 F-16V를 판매할 경우 강력한 대응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전투기 판매를 자제하고 무기 판매와 군사 접촉을 중단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도 분명히 대응할 것이고 그에 따른 모든 결과는 미국이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는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은 상당히 신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 중인 대만에 적극적으로 무기 수출을 하면서 대만의 방위 능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F-16V는 비록 F-35와 같은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아니지만 대만의 기존 주력 전투기인 F-16A/B형, 대만 국산 전투기 IDF(경국호) 등이 이미 사용 20년이 넘었다는 점에서 대만 공군 전력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강화되게 됐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 7월에도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형인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6천억원)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이 연초부터 '무력 통일' 카드를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대만을 강력하게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의 도움으로 대만이 핵심 육상·공중 전력을 대폭 보강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작지 않아 보인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아직 정식으로 공표되지 않은 F-16V의 사례를 빼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4차례의 대만 무기 판매 금액은 49억5천만 달러에 달했다.

현재 추진 중인 F-16V 판매 금액은 2천500억 대만 달러(약 9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 난마처럼 얽힌 미중 갈등…"연내 무역협상 타결 난망"

따라서 이런 추가 갈등 요인이 가뜩이나 불안정한 양국의 무역 협상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국은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열었지만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9월 워싱턴DC에서 다시 만나자는 데에만 합의했다.

이후 미국이 9월 1일부터 대중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재개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다.

또 이달 5일에는 위안화 환율이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이른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났고, 미국은 곧장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미중 무역 협상 재개의 '조건'이었던 미국의 화웨이(華爲) 제재 완화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를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지칭한 뒤 "지금 시점에선 우리는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집단 여름 휴가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마친 중국은 미국과 장기전을 각오하고 내부 결속을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각종 경제 지표들이 악화하면서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내상'을 입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상당한 고통을 인내하더라도 장기적인 국가 이익과 존엄을 수호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복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새로운 대장정(大長征)'을 언급하면서 내부 결속 도모에 나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8일 "위대한 대장정 정신은 모든 인민이 부단히 갈고 닦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강한 동력"이라며 "중화민족 부흥의 위대한 역사의 길에서 새로운 대장정의 길을 걸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는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온 상황에서 미국 다음 대선 전에 시급히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 합의가 이뤄지는 등 미중 갈등이 연내에 극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톈안먼' 언급하며 대만에 무기판매…미중갈등 재격화 조짐/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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