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지중해 난민선 오픈암즈 입항허가…선박 측 '난색'(종합)
리비아 근해에서 난민 구한 뒤 정박할 항구 못 찾고 보름간 표류
스페인 항구까지 1,800㎞…난민선 측 "가장 가까운 항구에 난민들 내려줘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려던 아프리카 난민들을 구조한 뒤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해 표류하던 난민구조선에 스페인 정부가 입항을 허가했다.
그러나 난민구조선 측은 현 위치에서 스페인이 지정한 항구까지는 5∼6일이 더 걸린다면서 난민들을 조속히 가장 가까운 항구에 하선시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알헤시라스 항구에 난민구조선 '오픈 암즈'(Open Arms)의 정박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알헤시라스는 스페인 남단의 지브롤터 해협 쪽의 항구도시다.
산체스 총리는 "스페인은 인도주의적인 긴급상황에서 언제나 행동에 나선다"면서 "유럽연합의 휴머니즘과 진보의 가치에 도전하는 난민 문제와 관련해 유럽 차원의 질서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총리실은 난민구조선 오픈 암즈의 입항을 허가한 데 대해 선상의 긴급한 상황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설명하고 "이탈리아 당국이 모든 항구를 막아버린 것은 도저히 생각할 수도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난민구조선을 운용하는 구호단체는 이같은 스페인 정부의 '호의'에 난색을 표했다.
오픈암즈는 성명을 내고 "우리는 매우 심각한 인도적 위기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스페인 정부가 지정한 항구로 갈 수 없다"면서 "현재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가장 가까운 항구에) 하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 암즈 측은 배의 현 위치에서 알헤시라스까지는 1천800㎞ 떨어져 있고 항해에 5∼6일이 소요되므로 난민들의 건강상태에 따라 더이상 장거리 항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페인의 구호단체 '프로악티바 오픈 암즈'가 운영하는 난민구조선 오픈 암즈는 이달 초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한 아프리카 난민들을 태우고 이탈리아와 몰타에 입항을 타진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뒤 이탈리아 남단 람페두사섬 근해에서 보름가량 표류해왔다.
현재 이 배에는 난민 105명이 타고 있으며 2명은 어린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난민선의 입항은 거부했지만, 미성년자 27명에 대해서는 지난 17일 이탈리아 입국을 허용한 바 있다. 이들은 현재 람페두사섬으로 옮겨져 난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오픈 암즈 측이 스페인으로 가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는 했지만 가장 가까운 육지인 이탈리아와 몰타가 계속 입항을 거부하고 있어 오픈 암즈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난민선이 결국 스페인으로 이동하게 되면 승선한 아프리카 난민 105명은 일단 스페인 땅을 밟은 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분산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 15일 프랑스, 독일, 루마니아, 포르투갈,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이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오픈 암즈에 승선한 난민 중 보호조치가 필요한 40명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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