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입항 막던 伊극우 부총리, 미성년자 27명 상륙 동의
살비니 "총리가 요청했기에 의사에 반해 조처하는 것"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아프리카 출신 난민을 태우고 자국에 온 비정부기구(NGO) 난민구조선의 입항을 허용하지 않던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미성년자에 한해 상륙에 동의했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치안 정책을 총괄하는 살비니 부총리는 이날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암즈'(Open Arms) 소속 난민 구조선에 타고 있던 난민 134명 중 동반자가 없는 미성년자 27명의 상륙을 허가했다.
이달 초 리비아 연안에서 구조돼 보름 넘게 선상에서 생활해 온 이 미성년자들은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섬으로 옮겨져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는 주세페 콘테 총리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미성년자 난민의 상륙을 허용한다면서 총리가 요청했기에 이런 조처를 하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연립 정부의 실권자로 강도 높은 반(反)난민 정책을 주도해 온 그는 이달 초 오픈암즈 소속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금지했고, 법원이 입항을 허가하라는 결정을 내린 뒤에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발해 왔다.
미성년자 27명이 내리면서 오픈암즈 난민 구조선에 탄 난민의 수는 107명으로 줄었다. 이들에게도 하선이 허용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살비니 부총리는 하선이 허용된 27명을 조사한 결과, 일부는 미성년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해 상황이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람페두사 쪽에서 말하기로는 이민자 27명 중 이미 8명이 스스로가 성인이라고 말했다. 나머지도 어떤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상에만 존재하는 미성년자들"의 사례라고 비웃는 듯한 글을 올렸다.
반면, 오픈암즈 측은 트위터를 통해 구조된 이들이 16∼17세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와 마찬가지로 동반자가 없는 미성년자 난민을 받아들일 법적 의무가 있다고 dpa 통신은 전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최근 이틀간 중환자라는 이유로 긴급 하선한 난민 13명 중 단 한 명만이 중이염 진단을 받았다면서 오픈암즈가 이탈리아 정부를 속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가톨릭 구호단체 몰타기사단 소속 의사들은 난민 20명이 옴과 방광염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중해 위에는 현재 프랑스 구호단체 'SOS 테라네'와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공동 운영하는 난민구호선 '오션 바이킹'도 입항 허가를 받지 못해 바다를 떠돌고 있다. 이 배에는 리비아에서 구조된 난민 356명이 타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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