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410㎞서 형성된 다이아몬드가 보여준 지구 '속살'
다이아몬드 내 헬률 동위원소 분석해 '원시 저장고' 존재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변하지 않는 사랑을 상징하는 보석인 다이아몬드가 지구 형성 초기의 속살을 확실히 드러내줬다.
국제 지구화학 학술대회인 '골드슈미트 콘퍼런스(Goldschmidt Conference)'와 외신 등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 수제트 팀머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하 깊은 곳에서 형성된 뒤 화산폭발로 용암을 타고 지표면으로 올라온 다이아몬드 내 헬륨(He) 가스를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팀은 브라질 주이나 지역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 23개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다이아몬드는 대부분이 지하 150~250㎞ 깊이에서 형성되지만, 연구팀이 대상으로 삼은 이른바 '슈퍼딥(super-deep) 다이아몬드'는 하부맨틀과 접해있는 상부맨틀인 지하 410~800㎞ 깊이의 '전이대'에서 만들어지며, 모양도 일반 다이아몬드와는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첨단 레이저 등을 활용해 이 다이아몬드 안에 갇혀있던 헬륨 가스를 추출해 냈으며, 헬륨4 대비 헬륨3 동위원소 비율이 아주 오래전 지구에 떨어진 고대 운석과 비슷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지각과 핵 사이에 있는 맨틀이 대부분 고체로 돼있지만 지질활동이나 외부의 충격에 영향을 받지않고 지구의 원형물질을 걸쭉한 형태로 그대로 갖고있는 '저장고'가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일부 화산 현무암의 헬륨4 대비 헬륨3 동위원소 비율이 고대 운석과 비슷하고, 하와이나 아이슬란드 등처럼 지하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바다에 형성된 '해양 섬 현무암'에서도 이런 패턴이 관측된 것이 근거가 됐다.
그러나 용암이 흘러나와 식은 현무암은 지하 깊은 곳에서 지각까지 올라오면서 화학 성분이 추가될 수 있어 이를 확신할 수 없었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지구에서 가장 견고한 광물로 형성될 때 주변의 가스 등이 담기는 것 이외에는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변하지 않아, 다이아몬드 안의 헬륨가스는 지구 깊은 곳에 저장고가 있다는 점을 확증해주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헬륨 동위원소 비율이 고대 저장고가 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달과 지구가 충돌 했을 때 또는 충돌 이전에 남아있던 가스라는 점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이아몬드는 보통 불순물이 끼어 탁할수록 가격이 떨어지지만 과학자들에게는 이런 불순물이 지구 내부의 상황을 보여주는 귀중한 단서가 된 셈이 됐다.
팀머만 박사는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하고 깰 수 없는 자연 물질로 알려져 있어 지구 깊은 곳에 대한 창을 제공해 주는 완벽한 타임캡슐이 되고 있다"고 했다.
팀머만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사이언스에 공개한 데 이어 오는 23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골드슈미트 콘퍼런스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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