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파이더맨', 반중 시위 홍콩서 평화기원 등반
로베르, 68층 빌딩 올라 '화해' 걸개그림…"도움 안 된다"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스파이더맨으로 알려진 프랑스의 등반가가 대규모 시위로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는 홍콩에서 평화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 방송과 AFP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스파이더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등반가 알랭 로베르는 이날 오전 초고층 빌딩에 맨손으로 기어 올라가 중국 국기와 홍콩 깃발, 그리고 맞잡은 두 손을 그려 넣은 걸개그림을 내걸었다.
그가 오른 빌딩은 68층의 높이를 자랑하는 청쿵 센터(높이 282m)다. 로베르는 빌딩 중간까지 올라가 걸개그림을 내걸었다.
로베르는 성명을 내 "홍콩 시민과 정부 사이의 평화와 합의에 대한 긴급한 호소"라며 "내가 하는 일이 (분쟁의) 열기를 식히고 어쩌면 미소를 띠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빌딩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베르는 보통 사전 통보나 허가 없이 빌딩에 올라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로베르는 이미 여러 차례 홍콩에 있는 고층빌딩을 등반한 적이 있다.
홍콩 법원이 지난해 8월 그에게 1년간 초고층 빌딩 등반 금지명령을 내렸고, 2주 전에 금지령이 풀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베르는 지난 1월에는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마카티시에 있는 43층(높이 217m)짜리 GT타워를 로프, 안전장비 없이 1시간 30분 만에 올랐다.
홍콩에서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잇따라 발생,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홍콩 정부가 지난 4월 범죄 용의자들을 중국 본토로 인도할 수 있도록 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계획하는 데 대한 반발로 6월부터 시위가 본격화됐다.
최근에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시위대가 공항을 점거해 대규모 항공대란 사태가 빚어졌다.
로베르의 퍼포먼스에 대해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호주에 거주하며 중국을 비판하는 만평을 그리는 바듀차오는 트위터에 "정말로 도살자 혹은 독재자와 악수하기를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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