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데 없나"…태국 하원의장 화장실 둘러보게 한 '촌극'
하원의장 "시민들이 보고 있다…이런 문제 제기 말길" 쓴소리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 하원 회의장에서 의사당 화장실에 왜 비데가 없냐는 항의가 나오고, 이 때문에 하원의장이 직접 화장실을 둘러보는 '촌극'이 벌어졌다고 인터넷 매체 카오솟이 전했다.
16일 매체에 따르면 야당인 세리루암타이당 비례대표 위랏 워라사시린 의원은 전날 회의에서 추안 릭파이 하원의장에게 '비데 문제'를 거론했다.
위랏 의원은 "새 의회 건물 비용이 100억 바트(약 3천940억원)도 더 들었는데 왜 비데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화장지를 써야 할 때마다 엉덩이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성의 몸은 여성과 다르다"면서 요청받지도 않은 '생물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낯뜨거운 상황에 추안 의장이 "회의가 생방송 중입니다"라며 끼어들었지만 다른 야당인 퓨처포워드당 비례대표인 니라만 술라이만 의원까지 나서 위랏 의원 주장을 거들었다.
니라만 의원은 "여기는 태국"이라면서 "배변 뒤 물로 씻는 것은 우리의 문화"라고 옹호했다.
태국 대부분의 화장실에는 배변 후 사용할 수 있도록 수도꼭지에 연결된 비데가 설치돼 있다.
결국 회의 직후 추안 하원의장이 직접 의사당 화장실을 둘러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빚어졌다.
추안 하원의장은 이 과정에서 "의사당이 아직도 공사 중"이라면서도 "그러나 의원들이 비생산적으로 일한다는 비판에 대한 핑곗거리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민들이 우리를 세심히 살피고 있다"며 "시민들은 이 곳이 가장 편한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데 문제' 외에도 새 의사당에 대한 불만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의사당 조명이 졸음을 유발한다는 불평에서부터 의자 높이가 부적절해 뒤에 앉은 의원의 시야가 가린다는 불만도 나왔다.
지난 14일에는 연립정부를 이끄는 팔랑쁘라차랏당 의원들이 휴대용 라디오 10대를 가져왔다.
의사당 음향 장치 성능이 안 좋다는 일종의 '시위'였는데, 이들은 언제 투표가 시작하는 지를 제대로 듣지 못해 의회 투표에서 야당에 졌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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